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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격화…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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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제재 전 재고 확보 움직임, 단기적으로는 메모리·OLED 패널 매출 늘 듯

중장기적으로는 제품 생산 차질 따른 악영향, 메모리도 제재대상 될까 노심초사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시안(西安)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을 현장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0.5.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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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반도체 분야로 확산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은 이달 15일(현지시간) 제3국에서 제조한 반도체라도 미국 기술을 활용한 제품은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팔지 못하게 하는 제재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2일(현지시간)에는 33개 중국 회사 및 기관을 거래제한 명단에 올리는 등 대(對)중국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미국의 2차 화웨이 제재는 단기적으로는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익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발표한 1차 제재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관련 계열사에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에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2차 제재는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외국 기업도 화웨이에 특정 부품을 공급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2차 제재는 화웨이로부터 위탁받은 AP(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를 생산해 온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1차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TSMC는 화웨이의 계열사인 하이실리콘에서 설계한 스마트폰용 AP를 만들어 납품해왔는데, 120일간 유예를 거쳐 오는 9월부터 제재조치가 실현되면 미국 반도체 장비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해 온 TSMC는 더 이상 화웨이에 AP를 공급할 수 없다. 반도체 생산장비 시장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를 비롯해 램리서치(미국), ASML(네덜란드), 도쿄일렉트릭(일본), KLA-덴코(미국) 등 주로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3개 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TSMC는 주로 미국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TSMC를 중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로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SMIC는 TSMC에 비해 기술력이 낮은 데다 생산장비도 미국의 도움 없이는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화웨이가 원하는 수준의 AP를 납품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 맞서 단기적으로는 승부가 쉽지 않다고 보고 반도체 재고를 늘리는 등의 장기전 태세에 돌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화웨이가 차질 없는 제품 공급을 주문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고 했다.

화웨이의 재고 비축은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의 73.1%(삼성전자 44.1%, SK하이닉스 29.3%)를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SK하이닉스는 우시 등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두고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에 반도체를 공급한다.

화웨이는 애플, 베스트바이,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과 함께 삼성전자의 지난해 5대 매출처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약 230조원) 중 13%인 30조원을 이들 5대 매출처로부터 올렸다고 밝혔다. 기업 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5대 매출처 기업당 매출은 6조원가량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히 한창인 가운데에도 시안 공장 출장에 나선 것은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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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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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특히 높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중국 매출은 전체 매출(7조1988억원)의 44%인 3조1707억원에 달했다. 중국 기업 중에서도 화웨이는 단연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매출처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2차 제재가 현실화되고, 화웨이와 중국 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화웨이의 몰락이 현실화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악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마트폰과 5G 통신장비 등 화웨이의 제품 생산 차질은 D램과 리지드(Rigid) OLED 패널을 각각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삼성전자에는 반사이익도 기대되지만, 삼성전자의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로 미미하고 중국 소비자들이 애국 소비에 나설 경우 이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의 제재 영향이 더 광범위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화웨이 수출 제재는 범위와 대상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아 기업들도 행정명령의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는데 분주하다"며 "당장은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가 제재 대상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미국의 반도체 장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메모리반도체도 제재 영향권 내에 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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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열린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확장팹(C2F) 준공식에서 주요 참석자 들이 공장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SK하이닉스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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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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