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200억 부담 못하겠다”… 이스타측 “왜 말 바꾸나” 반발
조종사 노조, 민노총 가입도 변수
21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석주 전 제주항공 사장이 최근 이스타항공 측에 “이스타항공이 직원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는 임금과 조업사 등에 줘야 할 각종 비용들을 지불하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스타항공은 경영 악화로 2월부터 직원 임금과 각종 운영비를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이스타항공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거나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 오너가인 이상직 의원 등이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이스타항공이 지급하지 못한 체불 임금 및 각종 비용은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측은 더 이상의 양보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당초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협상을 하면서 체불 임금과 퇴직금, 각종 비용을 제주항공이 부담하는 것으로 협의를 해 왔다. 3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때엔 당초 매각 예상가였던 695억 원보다 150억 원 줄인 545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제주항공과 협의를 하면서 인력 및 항공기 10대 반납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력 조정을 하는 바람에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조차 신청하지 못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한 차례 가격을 낮추면서 각종 채무를 떠안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건 최종 인수 가격을 더 낮추자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가입 이슈도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공공운수 노조에 가입했다. 제주항공은 인수가 마무리되면 상급 단체가 있는 노조를 맞이해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노사 이슈는 인수 및 합병 표준계약서상 인수 협상 논의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요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양사가 해당 이슈에 대해 “절차대로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 관계자는 “임금 지급 및 사재 출연 등에 대해 양사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양측 어느 편을 들 수 없기에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나항공을 인수하는 HDC현대산업개발도 최근 KDB산업은행 및 채권단 등에 아시아나항공의 각종 대출 연장 및 채무 상환 조건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잡음이 있지만, 파국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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