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직’ 임종석에 이례적 논평
한·미관계 또 냉각되나 우려 나와
임종석. [뉴스1] |
남북 관계의 독자적 진전을 내세우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대북정책특별대표 겸임)을 비판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국무부가 “남북 협력은 비핵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비핵화와 남북 협력을 놓고 한·미 간 긴장이 또 고조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임 전 실장 발언에 대한 미국의 소리(VOA) 질의에 “미국은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남북 협력은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발을 맞춰야(lockstep) 한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미국 정부가 그간 항상 밝혀왔던 원칙적 표현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특정 정치인을 상대로 공식 답변을 내놨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선 예민하게 보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앞서 22일 ‘창작과 비평’ 인터뷰에서 “미국에 일부 부정적인 견해가 있어도 문재인 대통령은 일을 만들고 밀고 가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데도 국무부가 VOA에 공개 답변한 것은 남북 협력과 비핵화의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의 이번 반응은 임 전 실장이 비건 부장관을 향해 불만을 표출한 뒤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인터뷰에서 “2018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임명됐는데 꽤 압박을 가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오케이’하기 전까지 ‘올스톱’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또 “유엔사령부도 월권을 행사하려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때문에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놓고 미국 국무부가 공개 대응하면서 한·미 관계가 감정적으로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의 공격적인 인터뷰는 그간 물밑에 있던 청와대와 미 정부 간 대북 정책 시각차를 대놓고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단행했던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등 5·24 조치의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밝혔다. 5·24 조치 10주년을 맞아 북한의 사과 없이도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고 시도하는 모양새다.
반면에 미국 국무부는 “남북이 합의한다면 북한 선박이 한국 측 해역을 다시 통과할 수 있다”는 지난 22일 통일부 설명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VOA에 답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황준국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현재로선 한국이 제안하는 남북 교류 사업이 북한에도 전혀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과 갈등을 불사하고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유정·백희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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