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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우리·신한금융 "라임 뒤처리, 배드뱅크 맡기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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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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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신한금융이 자본금 50억원에 불과한 '배드뱅크' 최대주주 자리가 부담스럽다며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나온 라임펀드 투자금을 조속히 회수하기 위해 도입된 배드뱅크를 놓고 두 은행 모두 금융그룹 이미지 실추가 걱정된다며 주도적 지위를 피하는 모양새다. 이 펀드 투자자에게 예상 손실 금액 중 30%를 미리 보상해주는 '선보상' 안건도 최근 두 은행 이사회에서 채택이 불발되면서 펀드 피해자에게 '희망 고문'만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라임펀드 판매사 20곳은 배드뱅크 설립 참여 합의를 마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운용사 형태로 배드뱅크가 설립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며, 예상 고객 피해 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라임펀드의 신속한 투자자산 회수에 나설 예정이다. 배드뱅크 자본금은 약 50억원 규모며 운영 기간은 6년 안팎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기존 라임 경영진에게 자금 회수를 맡기기 힘들다고 판단해 배드뱅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공식 회의를 열고 배드뱅크 설립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액이 많은 주요 회사 6곳을 중심으로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고, 이후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판매액이 적은 일부 판매사까지 참여하면서 배드뱅크 진용을 갖췄다. 그러나 최근 배드뱅크를 끌고 갈 주관사(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주요 판매사 간에 의견 충돌을 빚고 있다. 펀드 판매 잔액에 비례해 배드뱅크에 출자하는 구조인데,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최대주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일 금융회사로는 우리은행(3577억원) 판매 금액이 가장 많지만 그룹사를 기준으로 보면 신한금융(신한금융투자 3248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이 더 많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자본 규모는 각각 26조1020억원, 22조3652억원에 달한다. 배드뱅크(자본금 50억원)에 출자하면 은행 자본금 감소 요인이 되지만 그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따라서 두 은행이 최대주주 자리를 피하는 것은 당장 출자하는 데 대한 부담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발생할 유·무형 비용 부담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배드뱅크 최대주주라는 '불명예 자리'는 금융그룹 이미지 실추 등 유·무형 비용 부담이 커서 서로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배드뱅크 설립 후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이나 인력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이 일단 설립 합의만 마치면 최대한 신규 등록 심사와 출자 승인 절차 등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심사·승인 절차가 한두 달 내에 마무리되면 배드뱅크는 오는 8월께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배드뱅크가 실질적인 투자금 회수보다는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라임펀드 선보상 관련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신한·우리은행 등 라임펀드 판매 은행들은 투자자에게 예상 손실액 중 30%를 선보상하고, 펀드 평가액 중 75%도 가지급하는 자율 보상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데, 최근 이들 은행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라임 관련 안건은 없었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날 이사회 사전 간담회를 열었지만 라임 안건은 올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펀드 관련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은행 이사들이 향후 배임 문제로 소송을 당할까 봐 일단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 <용어 설명>

▷ 배드뱅크 :금융기관 부실을 정리할 목적으로 부실 채권이나 자산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임시 운영되는 금융기관.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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