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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도매가, 2만1304원 '역대 최고'
서울 시내 대형마트 축산식품 코너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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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한우 지육(피·내장·뼈 등을 제거한 소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1㎏당 2만1304원을 찍었다. 통계 작성 이래 최고가다. 21일 1㎏당 2만906원 최고가 기록을 하루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해 5월 1만6000~1만8000원대 사이를 오갔던 한우 가격이 1년 사이에 18~33%가량 치솟았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뛰는 ‘수급 불균형’ 탓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도축된 한우 수(작업 두수)는 총 24만9599두다. 지난해 같은 기간(25만728두)에 비해 물량이 1129두(0.5%) 소폭 줄었다. 코로나19로 전국 우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출하 물량이 감소했다. 올 3월 소고기 생산량은 1만4771t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1월과 견줘 39.6% 급감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육가공 업체가 ‘셧다운(폐쇄)’ 되면서 소고기 수입 물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올 1분기 소고기 수입량은 12만3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특히 전체 수입 소고기 시장의 절반 이상(지난해 기준 53.1%)을 차지하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4월 1만9000여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00t(7.7%)가량 감소했다. 수입 소고기 물량이 줄면서 한우쪽으로 소비가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사상 최고치 경신한 한우 도매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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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말 소고기 등급 기준을 완화한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육질 1++등급의 지방 함량(마블링) 기준은 기존 17% 이상에서 15.6%로, 1+등급은 13~17%에서 12.3~15.6%로 낮아졌다. 마블링이 적은 고기도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1++등급을 받게 되며 소고기 평균 가격이 뛰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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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에 홈쿡족까지…수요 '껑충'
이렇게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급증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1분기 신용카드(개인 신용카드 기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를 보면 3월 정육점 매출은 26%, 농산물 매장 매출은 10% 증가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작 시기와 맞물린 지난 13~18일 편의점 GS25의 국산 소고기 제품 매출도 전주 대비 76.4%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에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사람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사균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관은 “공급자 측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소고기 비수기’로 불리는 5월에 이처럼 가격이 뛴 것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소고기 수요층이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1㎏당 평균 도매가격은 22일 기준 5114원으로 전년 같은 날(4599원)보다 11.2%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 가격은 2만73원에서 2만3216원으로 15.7% 올랐다. 지난해 ASF로 경기 북부 지역 돼지가 전량 도살 처분된 이후 공급 감소가 여전하지만, 코로나19로 가정 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늦춰졌던 초·중·고교 등교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급식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통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소고기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증가했다. 3월(4.8%)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이다. 돼지고기 물가는 4월 9.9% 올랐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니 소비자물가도 따라 오르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국산 소고기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5.4% 올랐다. 돼지고기는 같은 기간 2.6% 올랐다.
김사균 연구관은 “이 같은 현상은 일시적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축산 농가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사육 두수를 늘릴 만한 요인으로 보기엔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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