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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 풀리자 '플렉스'···한우 도매가 2만1304원 역대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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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도매가격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입과 국내 도축 물량이 줄었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공급이 급감한 돼지고기도 비슷한 이유로 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우 도매가, 2만1304원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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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형마트 축산식품 코너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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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한우 지육(피·내장·뼈 등을 제거한 소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1㎏당 2만1304원을 찍었다. 통계 작성 이래 최고가다. 21일 1㎏당 2만906원 최고가 기록을 하루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해 5월 1만6000~1만8000원대 사이를 오갔던 한우 가격이 1년 사이에 18~33%가량 치솟았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뛰는 ‘수급 불균형’ 탓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도축된 한우 수(작업 두수)는 총 24만9599두다. 지난해 같은 기간(25만728두)에 비해 물량이 1129두(0.5%) 소폭 줄었다. 코로나19로 전국 우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출하 물량이 감소했다. 올 3월 소고기 생산량은 1만4771t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1월과 견줘 39.6% 급감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육가공 업체가 ‘셧다운(폐쇄)’ 되면서 소고기 수입 물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올 1분기 소고기 수입량은 12만3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특히 전체 수입 소고기 시장의 절반 이상(지난해 기준 53.1%)을 차지하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4월 1만9000여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00t(7.7%)가량 감소했다. 수입 소고기 물량이 줄면서 한우쪽으로 소비가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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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 경신한 한우 도매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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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말 소고기 등급 기준을 완화한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육질 1++등급의 지방 함량(마블링) 기준은 기존 17% 이상에서 15.6%로, 1+등급은 13~17%에서 12.3~15.6%로 낮아졌다. 마블링이 적은 고기도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1++등급을 받게 되며 소고기 평균 가격이 뛰었다는 분석이다.



긴급재난지원금에 홈쿡족까지…수요 '껑충'



이렇게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급증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1분기 신용카드(개인 신용카드 기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를 보면 3월 정육점 매출은 26%, 농산물 매장 매출은 10% 증가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작 시기와 맞물린 지난 13~18일 편의점 GS25의 국산 소고기 제품 매출도 전주 대비 76.4%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에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사람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사균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관은 “공급자 측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소고기 비수기’로 불리는 5월에 이처럼 가격이 뛴 것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소고기 수요층이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1㎏당 평균 도매가격은 22일 기준 5114원으로 전년 같은 날(4599원)보다 11.2%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 가격은 2만73원에서 2만3216원으로 15.7% 올랐다. 지난해 ASF로 경기 북부 지역 돼지가 전량 도살 처분된 이후 공급 감소가 여전하지만, 코로나19로 가정 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늦춰졌던 초·중·고교 등교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급식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통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소고기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증가했다. 3월(4.8%)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이다. 돼지고기 물가는 4월 9.9% 올랐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니 소비자물가도 따라 오르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국산 소고기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5.4% 올랐다. 돼지고기는 같은 기간 2.6% 올랐다.

김사균 연구관은 “이 같은 현상은 일시적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축산 농가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사육 두수를 늘릴 만한 요인으로 보기엔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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