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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코로나 걸려서 470km 돌아다녀, 국민 밉상된 '사악한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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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커밍스 영국 총리 수석 보좌관

영국 총리의 오른팔인 수석 보좌관이 ‘국민 밉상’으로 찍혔다.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이 있는데도, 자가 격리 지침과 봉쇄령을 무시하고 영국 곳곳을 누비고 다녔기 때문이다. 확인된 동선만 47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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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커밍스 영국 총리 수석 보좌관이 지난 3월 2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 있는 자택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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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커밍스 영국 총리 수석 보좌관이 발열 등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이 있었음에도 지난 3월 말 아내와 함께 런던 자택을 떠나 차를 타고 잉글랜드 북동부 더럼에 있는 부모 집을 방문했다고 영국 가디언과 미러 등이 보도했다. 런던과 더럼은 약 425㎞가 떨어져 있다. 차로 가려면 4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

당시 커밍스는 지난 3월 27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밀접 접촉자로 자가 격리 대상이었고, 더군다나 23일부터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영국 전역에 필수적인 이동을 제외한 모든 여행이 제한되는 봉쇄령이 내려졌다. 엄중한 상황에서 국가 최고 관리가 버젓이 규칙을 어긴 셈이다.

영국 총리실은 “커밍스가 자신이 아플 때 누나와 조카에게 어린 자녀를 돌봐달라고 부탁하려 부모 집으로 간 것”이라며 “별개 건물에서 자가 격리했다”고 해명했지만, ‘나도 커밍스를 봤다’는 제보가 이어지며 사안이 일파만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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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커밍스 영국 총리 수석 보좌관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 있는 자택에 도착해 차량 운전석에서 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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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더럼 부모님 자택 대문 근처에서 아들과 함께 있는 커밍스를 봤다는 목격담, 같은달 12일 더럼과 48㎞ 떨어진 관광지 바너드캐슬에서 아내, 아들과 함께 강가를 거니는 모습을 봤다는 제보, 14일 커밍스가 완치돼 런던에 복귀한 이후인 19일 또 더럼에서 그와 아내가 산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커밍스가 봉쇄령이 내려진 후 최소 3차례는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야권은 자가 격리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며 노동당, 스코틀랜드국민당, 자유민주당 등이 총출동해서 커밍스를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대변인 논평을 내고 총리실이 커밍스의 행동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면서 “영국인은 일반 국민과 커밍스를 위한 규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야권은 “존슨 총리가 그를 해임하거나 직접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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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21일(현지 시각) 총리 관저 밖에 서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영국 의료진을 격려하는 '의료진에게 박수를'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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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에도 커밍스는 뻔뻔하게 나왔고, 내각도 그런 그를 감싸고 있다.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 업무에 복귀한 첫날인 14일 자택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커밍스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행동했다”며 “좋게 보이거나 당신들이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르게 행동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존슨 총리는 “커밍스를 개들에게 던져주지 않겠다”며 야권의 커밍스 해임 요구를 거부했다고 영국 더타임스는 전했다.

영국 국민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영국 유권자 전체의 68%가 커밍스가 봉쇄령을 어겼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2%는 그가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한 조앤 롤링(54)도 커밍스를 비판했다. 롤링은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봉쇄령 때문에 사람들은 장례식도 못 가고, 아픈 자녀들을 돌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봉쇄령을 만든 장본인 중 한명이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영국 전역에 차를 몰고 다녔다”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위선과 이기심”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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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커밍스(왼쪽) 영국 총리 수석 보좌관과 보리스 존슨 총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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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 출신인 커밍스는 존슨 총리의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경 전략을 짠 장본인으로 ‘브렉시트 주술사’ ‘사악한 천재’로 불리는 인물이다. 1999년 유로화 도입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한 것을 시작으로 ‘영국이 매주 EU에 3억5000만파운드(약 5100억원)의 분담금을 낸다’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영국 국민들을 현혹했다. 존슨은 커밍스를 위해 ‘정치특보’라는 전례 없는 직책을 만들어 총리 집무실 바로 옆방에 그의 사무실을 배치했다.

[이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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