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소형함정의 해양수색구조지침서 개정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구조선은 123정이었다. 123정은 100톤급 해경 순찰정으로 소형함정이다. 승조원은 12명이었다. 해경 소형함정은 빠른 기동성을 갖춰 해상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김경일 당시 123정 정장은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의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도 받았다. 김 전 정장은 당시 실형을 선고받은 유일한 해경이었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해상사고 발생 시 소형함정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했을까.
2019년 7월 해경이 자체 수행한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해경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뒤에야 소형함정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경은 자체 감사보고서에서 “각종 해양사고 발생 시 소수인력의 한계가 있는 소형함정이 사고현장에 최초로 도착해 현장조정관(OSC) 역할을 하는 경우가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색구조지침서’에는 소형함정의 OSC 임무·역할 등 특수성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썼다. 이어 “해상종합훈련에서도 다수인명구조 등 해양사고를 대비한 OSC 임무는 중·대형 함정에 편중돼 소형함정 대상 OSC 임무 훈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수인력만 탑승하는 소형함정에 특화된 OSC 임무 및 상황별 현장 체크리스트 구체화, 해상종합훈련 중 소형함정의 초기 OSC 임무 훈련을 포함해 종합훈련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경 123정은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OSC 역할을 맡았다. OSC는 현장 선박과 헬기 등 구조 활동을 관리·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123정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9시 16분부터 약 2시간 동안 OSC 역할을 수행했다. 초기 구조를 주도해야 했지만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 4월 12일 세월호가 거치된 전남 목포 신항에서 세월호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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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선내 진입 시도 못해
해경 123정 대원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재판에서 평소 침몰하는 선박으로 들어가 탑승객을 구조하는 훈련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구조 매뉴얼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고 당시 선내 진입을 시도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일부 123정 대원들은 OSC 지정 사실도 모른 채 구조 활동을 펼친 사실도 드러났다.
소형함정 구조 매뉴얼의 미비가 드러난 해양수색구조지침서(2019년 2월 개정)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드러난 문제들이 일부 반영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항공조정관(ACO·Aircraft Coordinator) 역할 규정이다. ACO는 해상사고 현장에서 항공 구조·수색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양수색구조지침서를 보면 ACO는 2대 이상의 항공기가 투입됐을 때 ①최초 현장 도착 헬기 ②지역 선임기장 순으로 지정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이전까지 해경 매뉴얼에는 ACO의 역할이 나와 있지 않았다. 최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도 ACO의 개념을 모르는 해경 대원들이 다수였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은 ACO를 지정하지 않았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초계기 B703호기가 자발적으로 ACO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헬기 사이의 고도 조정 등 최소한의 임무만 수행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교신 내용을 종합해보면 구조활동 중이던 123정과 업무 조정 등 구체적인 구조·수색 지휘 내역은 찾아볼 수 없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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