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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英 통신 기지국 50곳 불탔다...빌 게이츠·5G 음모론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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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음모론에 美·유럽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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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찰이 베를린에서 일어난 봉쇄정책 반대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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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을 때 그 배후에 거대한 권력이나 비밀스러운 조직이 있다고 여기며 유포되는 소문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을 설명하려는 음모론도 거세다. 영미권에서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음모론, 5G 네트워크 기술이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이라는 음모론이 횡행하면서 사회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새벽 브래드포드시 윕세이의 한 거리에 설치된 5G 무선 기지국이 방화로 불에 탔다. 이른바 5G 기지국 테러는 영국에서만 50건 이상 발생했다. 영국 외에도 유럽 각 지역, 호주, 미국, 캐나다에서도 이런 일이 연이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음모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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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영국 런던에서 한 무선통신 기지국이 방화로 불에 탔다. EPA에 따르면 5G 무선통신에 관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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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잇단 기지국 테러 사건이 5G 음모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5G 음모론은 5G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방사선을 유발해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그러면서 바이러스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는 내용이다.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유럽에서 확산된 5G 음모론이 미국에도 상륙해 일부 주에서 방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경계하고 나섰다.

이른바 '빌 게이츠 음모론'은 수년 전부터 바이러스 확산을 경고하고 백신에 투자해 온 그가 코로나19 확산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월부터 나오기 시작해 4월경 영미권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빠르게 확산됐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의 지난달 17일 보도에 따르면 빌게이츠의 음모론은 이날까지 텔레비전과 소셜미디어에서 120만번 언급됐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수비수 데얀로브렌도 지난 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빌 게이츠, 우린 바보가 아니다"라며 음모론에 힘을 실었다.

빌 게이츠 음모론과 비슷한 내용으로 각국 정부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코로나19를 확산시켰다는 음모도 있다. 지난12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뮌헨, 베를린에서는 총 5000여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 '락다운(봉쇄)' 정책을 그만 두라고 외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극우 세력으로 빌 게이츠 음모론, 5G 음모론도 믿는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음모론에 대해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를 잇따라 냈다. 독일 내무부는 시위 주동자들이 극우 인종주의자들이라고 밝히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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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독일 슈트트가르트 지역에서 열린 봉쇄 정책 반대 시위. 국가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핑계로 국민들을 가두고 통제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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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의 시작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빌 게이츠 음모론은 빌 게이츠가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보건기구(WHO) 자금 중단을 비판하며 각을 세우자 트럼프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이를 더욱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하원 경선후보였던 조앤 라이트는 지난 2월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한의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빌 게이츠에게 누가 돈을 댔는지 물어 보라"며 빌 게이츠 음모론의 발화에 군불을 땠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내 연구소가 운영하는 팩트체크 비영리 사이트(factcheck.org)는 빌 게이츠 음모론의 근거가 된 여러 주장들이 음모론 전문 사이트(InfoWars)에서 다뤄지면서 왜곡됐다고 분석했다. 이 사이트가 주장한 '빌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가 발병한 지난해 12월 이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6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는 내용과 '게이츠 재단이 바이러스를 만든 연구소에 투자했다' 등은 사실 관계가 어긋나 잇다는 것이다.

실제 게이츠 재단이 예측한 자료는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없는 다른 전염병에 관한 것이었고, 게이츠 재단이 투자한 바이러스 연구소도 조류독감으로부터 조류를 지키기 위한 백신을 개발하는 곳인데 이런 사실들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와전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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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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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5G 음모론은 트위터의 한 멘션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디어 분석 회사 지그널 랩스(Zignal Labs)에 따르면 5G 기술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난 1월 19일 처음 등장했는데 "중국 우한에 5G 기지국이 5000개 이상 있고 2021년까지 5만개로 늘어날 예정인데, 이것(코로나19)은 그냥 병일까, 아니면 5G 때문일까"라는 글이다.

NYT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1월 22일 벨기에의 한 매체가 5G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한 의사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가 트위터 글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과학 기사였지만 반향이 엉뚱한 방향으로 커지자 해당 언론사는 기사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가수 케리 힐슨, 래퍼 위즈 칼리파, 복서 아미라르 칸, 배우 존 쿠삭 등 유명인들도 5G 음모론을 SNS에 게시했다.

미국 매체 복스(Vox)는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연구 결과가 5G 음모론자들의 핵심 논거로 활용돼 전세계에 퍼졌다고 지적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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