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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삼성은 국내에 TSMC는 美에 신규 공장...불붙는 파운드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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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에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구축…'반도체 비전 2030' 일환

이재용 부회장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 멈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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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삼성전자 제공)2020.05.21/뉴스1 © 뉴스1©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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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구용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으로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극자외선(EUV) 전용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설을 구축한다.

파운드리 업계 경쟁자인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삼성이 추가 생산 시설 건립을 발표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21일 삼성전자는 이달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구축되는 라인은 평택 2라인(P2)의 일부를 사용하는 것으로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생산 설비만 있던 평택캠퍼스에 시스템 반도체 생산기지가 들어서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과 경기 기흥과 화성에 파운드리 사업장을 두고 있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에만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고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 2월 화성에 EUV 전용 'V1 라인'을 가동했다.

EUV공정은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공을 들이며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기존의 불화아르곤을 이용한 공정보다 미세한 선폭의 회로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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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2020.5.18/뉴스1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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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감염증과 미·중 간의 갈등으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함에도 투자를 계속하는 데는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평택 EUV 라인 건설과 관련해 경영진에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특유의 '기술 초격차'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또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한 자리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때를 놓치면 안 된다"라고 코로나19를 비롯한 큰 틀에서의 위기에 빠른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위축됨과 함께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재개되는 양상을 보이며 혼란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고,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자인 TSMC는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등의 투자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투자계획에 맞춰 평택에 공장을 신설하는 것이지만 공교롭게도 경쟁자의 신규 공장 건설 발표와 맞물렸다.

특히 점유율 50% 이상으로 파운드리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SMC가 인텔, 퀄컴, 애플 등의 주요 고객사가 있는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2030년까지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투자를 계속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16%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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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미국 공장 건설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부에 집중하기 위한 미국의 리쇼어링(기업의 본국 회귀)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리쇼어링을 비롯해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증설·신설하는 이유는 고용 창출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경제 살리기'와 맞닿아있다.

TSMC의 미국 공장 건립은 대만과 중국의 정치적 갈등으로 회사가 미국 팹리스 고객을 선택했거나 적어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치적 중립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국의 투자 압박이 현실화 되는 것과 2019년 기준 5대 매출처인 화웨이와 관계 등 경영 외적으로도 고려할 것이 많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업계는 시스템 반도체 다품종 소량생산 흐름에 따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시장 위축이 크게 없는 상황이고 주요 생산자들이 생산 시설을 풀로 가동해야 할 정도로 호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 1위와 2위가 나란히 신규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등 경쟁이 본격화 되는 상황에서 10년뒤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inubi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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