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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현장에서]'두산베어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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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페르소나' 두산베어스 매각설에 화들짝.."매각 계획 없다" 공식 밝혀

채권단, 대규모 혈세 지원에 오너家의 경영 실패 책임지는 모습 원해

"향후 구조조정 속도가 두산베어스 운명 좌우"..강력한 시그널 전달 의도 해석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숱한 구조조정을 주도해왔다. 대한민국 구조조정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에는 그간 골칫거리였던 대우조선해양,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을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뛰어난 구조조정 역량을 보여줬다.

올 들어서는 뜻하지 않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국내 항공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정부에 손을 빌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탈원전 직격탄을 맞은 두산그룹도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그간 곪았던 재무구조가 흔들렸다. 결국 지금까지 2조4000억원을 수혈받게 된 두산은 혹독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이달 말 산은 주도의 채권단 재무실사가 마무리되면 재무구조개선(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채권단은 이 안을 토대로 앞으로의 현금흐름 등을 파악해 추가 자금지원도 검토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의 속도에 따라 조 단위 추가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산은으로선 두산을 살려야 채권회수뿐 아니라 추가 자금 지원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만큼 두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다. 앞서 두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핵심자산 매각으로 생존한 ‘구조조정 모범사례’로 꼽힌다. 그런 두산이 창립 124년만에 채권단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게 된 것은 두산 오너 일가로선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그래서 때문일까. 혈세를 지원한 채권단은 두산 오너 일가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데일리

▲20일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 두산 베어스 사무실 앞으로 관계자가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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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두산의 ‘페르소나(Persona, 분신)’와 같은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 매각설이 흘러 나왔다. 이는 채권단 일부에서 흘러나온 압박카드로 읽힌다.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달라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 두산은 화들짝 놀랐다.

계열사 매각설이 흘러나왔을 때도 묵묵부답이었던 두산은 두산베어스 매각설을 전면 부인했다. 선대로부터 이어지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야구단인데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실제 매각에 나선다면 임직원들의 허탈감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두산은 애초 매각대상에도 두산베어스를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00억~200억 원 정도의 연간 운영비 역시 마케팅 효과를 고려한다면 매각에 따른 큰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작용했다.

두산이 생각지도 않은 두산베어스 매각설에 흔들린 모습을 지켜본 채권단은 흐뭇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구조조정의 속도에 따라 두산베어스의 운명도 좌우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야구 마니아’인 두산 오너 일가에 전달하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서다. 내년 창립 39주년(1982년 창단)을 맞는 두산베어스가 눈물을 흘리지 않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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