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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한국 수출규제 하려다 부메랑…일본 불화수소 업체 순익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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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도 제품 출하 1년새 30% 감소

모리타화학공업도 수출 크게 줄어

한국 소·부·장 대체품 나와 역효과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일본산 소재의 조달이 어려워진 한국 기업들이 대체품을 찾으면서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부메랑’을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불화수소 생산업체인 스텔라케미파는 2019년 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 순이익이 전년보다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적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불화수소의 수출 부진을 들었다. 이 회사에서 반도체와 액정 패널 생산에 쓰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출하량은 지난해 30%가량 줄었다.

그동안 스텔라케미파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100배로 희석해 액정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 투입했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업체의 저순도품으로 대체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LG 관계자는 “일본에서의 정밀한 생산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불화수소 사용에)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스텔라케미파와 나란히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모리타화학공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모리타는 지난 1월 수출을 재개한 뒤에도 한국에 대한 판매 규모는 수출규제 전보다 30% 정도 줄어든 상황이다. 모리타 관계자는 “한번 빼앗긴 부분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액정 디스플레이보다 불화수소를 많이 쓰는 반도체 공정에서도 불화수소 거래처를 바꾸는 움직임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그동안 한국 등이 일본산 첨단 소재를 선호했던 이유에는 품질이 좋다는 것 외에 안정적인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었다. 또 불량품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사용하던 소재를 바꾸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관리 엄격화(수출규제)’로 이런 관행이 흔들렸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닛케이는 한국 기업이 문재인 정부의 뜻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의 소재 산업이 발전해 언젠가 ‘땡큐 아베’하고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한 말도 인용했다. 한 일본 기업인은 “한국 정부의 과잉 반응은 항상 그랬던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어른스럽게 대응할 수는 없었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기현 한국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난해 7월 이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한 번 바뀐 재료가 일본산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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