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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등교하자마자…인천 고3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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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 만에 다시 열린 학교

80일 만에 다시 열린 학교

경향신문

“반가워요 쌤” 80일 만에 고등학교 3학년 첫 등교수업이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팔꿈치 인사를 하며 반가워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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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명 ‘코로나 확진 판정’에
인근 고교 66곳 전원 귀가 조치

의심증상 보인 학생 총 127명
119구급대 통해 선별진료소행

“자자, ‘거리 두기’ 하자.”

고등학교 3학년이 등교를 시작한 20일 아침, 서울의 ㄱ고등학교에서는 마스크를 쓴 교사 3~4명이 쉴 새 없이 외쳤다. 학생들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반가워 어깨동무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선생님들이 제지했다. 교문 앞에서는 한 교사가 학생들 손에 일일이 손 소독제를 뿌려줬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손에는 1.5ℓ 생수통이 들려 있었다. 공동 급수가 감염원이 될 수 있어 교내 정수기 사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닫혔던 학교 문이 80일 만에 열린 이날, 전국에서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등교 풍경이 연출됐다. 전국 고3 학생은 44만5000여명에 이른다.

다만 고3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에서는 미추홀구를 포함한 5개구에 있는 66개 고교 학생들이 전원 귀가조치됐다. 확진된 학생들은 이태원 클럽 방문자의 n차 감염자가 다녀간 코인노래방과 PC방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경기 안성시에서는 동선 파악이 끝나지 않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날 하루 9개 고등학교의 등교가 일단 중지됐다. 등교 후 발열·설사 등 의심증상을 보여 119구급대를 통해 선별진료소로 옮겨진 학생은 전국적으로 127명에 달했다. 이 중 증상이 심한 4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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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어 예기치 않은 상황에 따른 등교 중지와 원격수업 전환 등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등교수업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표현되는 새로운 일상의 마지막 단계”라며 학원과 코인노래방 등을 통한 감염원과 학교 간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들은 등교부터 까다롭게 관리했다. ㄱ고등학교의 경우 두 차례 발열 체크를 통과해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우선 본관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감지 카메라를 통과해야 한다. 카메라 옆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교사 2명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학생들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두번째 발열 체크는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직접 한다. 급식실로 이동하기 전에도 발열 체크는 한 차례 더 이뤄진다. 학교 곳곳에는 붉은 테이프가 붙어 있다. 계단과 복도 중간을 나눠 놓은 것으로, 학생들 동선이 겹치지 않게 일방통행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원래 500석 넘던 급식실도 지금은 130석만 운영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달라진 학교 분위기에 다소 낯설어했지만 곧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코앞에 닥친 학사일정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역력했다. 당장 등교 다음날인 21일 경기도교육청 주관 학력평가를 시작으로 5월 말~6월 초 중간고사, 6월1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7월22일 인천시교육청 주관 학력평가, 7월 말~8월 초 기말고사 등을 잇따라 치러야 한다.

■80일 만에 등교한 고3 학생들 “코로나19보다 수능이 더 무서워 한 달 간격으로 시험, 앞이 캄캄”

오늘 전국연합학력평가 실시
교사들은 ‘조용한 전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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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군(19)은 “고3은 코로나19보다 수능이 더 무섭다”며 “등교수업이 늦춰지면서 내신 준비도 꼬였고, 한 달 간격으로 중요한 시험을 계속 봐야 하니까 무엇부터 준비를 해야 할지, 제대로 실력을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조용한 전파’를 가장 우려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있고 활동적이어서 자칫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등교수업이 늦어졌는데 확진자 발생 등으로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을 때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실제 확진자가 발생해 등교를 중지한 인천의 일부 학교는 사실상 올해 첫 수능 모의평가인 학력평가를 다른 학교 학생들과 달리 온라인 원격시험으로 치러야 한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김모 교사는 “그동안 아이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없는데 무증상 감염으로 교내 확진자가 발생해 다시 휴교하면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등교수업을 시작하면서 초긴장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 19일부터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지역사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학으로 집단생활을 시작하게 된 학생들은 노래방, PC방 방문을 금지하고 교직원들도 클럽, 주점, 노래방,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성희·김서영·박준철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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