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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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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아무 말이나"…靑 국민청원,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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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이 허위사실임이 드러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난과 우려가 쇄도하고 있다.

문제의 청원인 A씨는 지난 3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웃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집에 놀러 와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며 생후 25개월 된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생 부모에게 사실을 알렸는데 자기 아들은 잘못이 없다고 한다"며 "증거도 없는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 힘써주셨으면 좋겠다"며 도움을 청했다.

이 청원은 국민 53만3883명의 동의를 받는 등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며 주목받았으나,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통해 허위사실로 드러났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지난 19일 "수사 결과 해당 청원은 허위사실임을 확인했다"면서 "가해 아동은 실존하지 않고, 피해 아동의 병원 진료 내역이 사실과 다른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청원은 국민이 직접 참여해 의제를 만들어가는 국민소통의 장"이라며 "국민청원의 신뢰를 함께 지켜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앞서 지난 2017년 8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정부가 펴낸 '데이터로 보는 국민청원' 책자에 따르면 국민청원을 도입한 후 약 2년 2개월 동안 등록된 청원은 무려 68만9273건에 달한다.

참여를 용이하게 하고자 네이버·카카오·트위터·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만 있으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든 덕분이다.

문제는 이런 점이 악용되는 경우 A씨처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에 대한 성추행 허위 고발과 이수역 폭행사건 관련 청원이 대표적인 전례다.

강 센터장이 강조한 것처럼 국민청원은 기본적으로 신뢰성이 보장돼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허위 제보가 있으면 그 진위를 따지고 진상을 조사하는 기간만큼 사회적 공론화·정책제안·내부고발 등 순기능을 하기 어렵다.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누리꾼(tjeh)은 "없는 범죄에 53만명이 분노. 이것이 광장 민주주의인가"라며 탄식했고, 다른 누리꾼(kwoo****)은 "국민을 우롱한 이런 작자들은 발본색원해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한 누리꾼(k738****)은 "국민청원으로 개인적인 소설을 써냈다는 게 기가 막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A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A씨의 청원에서는 거주지와 자녀 사항을 제외하면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뉴스국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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