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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르포]'교실에서 3단계 관문' 고3 등교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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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중경고·종로 경복고 직접 가보니

교문부터 3차례 체온 측정·손 세정제·거리 두기 철저

교실 안에서도 1m 간격 유지·창문 개방해 공기 순환

아시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등교수업이 재개된 2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등교하며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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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유병돈 기자] 20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용산구 중경고 앞. 80일 지각 개학은 맞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정문으로 몰려오고 있다. 교문 앞에선 손세정제로 손을 소독한다. 선생님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표식을 따라 2m 간격으로 떨어져 걸었다. 다음은 체온 측정, 그 다음은 열화상 감지기 통과다. 새 학년 첫 등교에 대한 기대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등교에 대한 긴장감이 교문 주변에서 교차했다. 이날 중경고는 3학년 7개 학급 가운데 직업반을 제외한 6학급 학생들이 평소보다 다소 이른 7시30분부터 8시 사이 등교를 완료했다.


이제 교실 안. 모든 창문이 열려 있다. 수업도 이대로 진행해야 한다. 이날 날씨가 쌀쌀한 데다, '개문 수업' 방침에 대비해 교복 위에 가디건을 걸치거나 아예 춘추복을 입고 온 학생도 있었다. 책상은 시험을 칠 때처럼 앞뒤좌우 1m 간격으로 떨어져 있고, 학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같은 반 친구들과의 첫 만남이었지만,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떠들썩하게 수다를 떠는 학생도 없었다. 적막감과 긴장감은 교문 앞보다 더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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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등교수업이 재개된 2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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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고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반가운 마음에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 오던 두 학생은 교문 앞에서 '거리두기 유지!'라는 호통 소리에 머쓱하게 팔을 내려야 했다. 승용차나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 교사들도 교문 앞에서 멈춰 체온 확인을 받았다. 투명 고글을 쓰고 등교한 교사도 있었다. 교문 앞 지도 교사들은 "이야 너 반갑다. 잘 지냈니?"라며 인사를 건네는 동시에 바로 "한 줄로 서서 거리두기 하세요"라는 말을 연이어 했다. 학생들이 몰려 교문에서 발열 검사를 미처 못한 경우는 열화상 카메라로 다시 체온을 체크했다.


경복고 3학년 김동욱 학생은 "하루 종일 마스크를 끼고 있을 생각을 하니 조금 걱정은 되지만 친구들을 다시 만나서 설레는 기분이 크다"며 "조심히 주의해가면서 공부도 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수학능력시험도 그렇고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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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등교수업이 재개된 2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에게 생활방역 수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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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등교가 끝나고 25분간 조회가 진행됐다. 첫 조회는 대부분 코로나19 방역 관련 내용이 주를 이뤘다. 선택교과 수업을 위한 이동 시에도 학생들은 교사 지도 하에 2m의 간격을 둔 채 철저하게 한 줄로 그리고 한 방향으로만 이동했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점심시간은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탓에, 각 학교마다 방역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급식실로 이동하기 전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체온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급식실에도 자리마다 칸막이가 설치됐다. 중경고는 학생들을 대각선으로 앉게 하고, 향후 1~2학년 등교 시 학년별로 식사 시간을 나누는 것도 모자라 학년이 바뀔 때마다 자리 배치를 변경하기로 했다.


김승겸 중경고등학교 교장은 "등교 이후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학생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모자란 것보다 넘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판단해 다소 과하더라도 방역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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