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두환 씨는 희생된 광주 시민들에 대해 '본인은 모른다'는 말로 책임을 피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1980년 6월, 주한 미국 대사관이 미국에 보고한 문건을 확인했습니다. 전씨는 박정희 정부보다 자유를 더 보장하는 정부를 구상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했습니다.
정제윤 기자입니다.
[기자]
1980년 6월 4일,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원들이 전두환 씨를 만났습니다.
미국 기업인들이 전씨에게 박정희 정부보다 다소 자유민주적인 정부를 구상하냐고 묻자, 전씨는 박정희 정부보다 "좀 더 리버럴한, 즉 자유를 보장하는 정부"를 추구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약 일주일 전 무고한 시민들이 광주에서 대거 희생된 걸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발언입니다.
억압적인 박정희 정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감을 고려해 미국의 여론을 긍정적으로 돌려놓으려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기업인들은 전씨와 저녁을 함께하며 느낀 점을 이렇게 보고했습니다.
전씨는 본인 측근들은 신경을 쓰면서도 여론의 큰 흐름에는 무감각했다는 겁니다.
경제 정책에 대해선 사실상 무지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경제 행사 등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자 전씨는 경제 참모였던 김재익 씨를 가리켰다는 겁니다.
또 전씨는 측근 중 본인에게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취지로 "내 주변에 '예스맨'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영어로 말했다고도 합니다.
보고서엔 전씨가 본인이 가정적이라며 일주일에 두 번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말도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박지혜)
정제윤 기자 , 신동환, 최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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