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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25개월 된 딸 성폭행 당했다' 청원글, 알고보니 꾸며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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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청 "내사 통해 사실관계 파악…입건해 경위 파악 중"

뉴스1

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5년생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오른 청원 글이 허위글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청와대 게시판 캡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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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25개월 된 딸이 초교 5년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해당 학생과 부모의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글이 사실은 허위로 작성된 글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A씨(30대·여)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를 진행한 결과, A씨가 올린 청원글 가운데 '주거지' '두 자녀' '25개월 된 딸' 이 세 부분만 진실이고 나머지는 허위임이 밝혀졌다"며 "정식 입건해 허위글을 올린 정확한 이유 등을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3월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학교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려 가해학생과 그 부모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해당 글을 올릴 때 '경기 평택지역에 거주하고 두 딸을 뒀으며 그중 25개월 된 딸이 있다'고 소개한 부분만 진실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글은 A씨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웃주민의 아들인 초교 5년생이 자신의 25개월 된 딸을 성폭행 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18일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려는데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왜 아프냐고 물었더니 '오빠(초등5년생)가 때찌했어, 때찌 했어'라고 했다"면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여자의 생식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빨개져서 그곳이 부어있는 걸 눈으로 확인했는데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이웃간 교류가 있어 좋게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아이의 부모의 대응이 가슴에 못을 박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온라인에서 일파만파 커지자 경찰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A씨가 청원글을 작성할 때 사용했던 이메일 주소를 토대로 역추적, A씨에 대한 신원을 확보했다.

경찰은 A씨와의 면담에서 나온 내용을 가지고 25개월 딸의 병원 진찰 기록과 가해학생의 부모 신상 파악에 나섰지만 결국 모두 거짓임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청원글에 게재한 병원 진료 날짜에 딸의 진료가 있었는지 파악했지만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고 가해학생과 가해부모 모두 허구의 인물을 그려낸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A씨의 청원글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가해학생이 하룻밤 자기 위해 놀러왔다" "남편 없이 아이를 키웠다"라는 등 사람들을 쉽게 동요할 수 있는 문구를 사용했고 허구의 가해학생 부모와 대화를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 등을 공개하기까지도 했다.

경찰 관게자는 "A씨는 정신질환을 겪어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허위글을 왜 작성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범행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청원글은 지난달 19일 기준, 53만3883명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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