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대출 돌려막기로 버티지만…빚덩이 자영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2020 자영업 리포트 ◆

지금은 식당 10개를 거느린 어엿한 청년 사장 B씨(31). 2016년 1억5000만원을 들여 고깃집으로 시작한 사업이 지금처럼 불어났지만 비법은 딴 곳에 있다. 어렵다 싶으면 권리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을 때 팔아 업종을 전환했던 것이다. 최근에도 코로나19 타격에 가게 2곳을 정리했다. 꾸역꾸역 버티고 있지만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몰라 좌불안석이다. 급한 운전자금은 최근 정부가 시행한 소상공인 대출로 받은 2억7000만원을 활용할 생각이다. B씨는 "코로나19로 전체 사업장 매출이 30%나 줄었다"며 "요즘 자영업은 대출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미 구조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고육지책'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위기 때마다 정부에 손을 벌려온 자영업자들은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1차로 소상공인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16조4000억원을 퍼부었다.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소상공인에게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영안정자금으로 3조1000억원을 풀었다. 기업은행을 통해서는 연이율 1.5%로 최대 3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초저금리 대출로 7조8000억원을 공급했다. 18일부터는 한 곳당 금리 3~4%로 1000만원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10조원 규모다. 당장 문 닫을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늘어나는 건 빚뿐이다. 벌써 개인사업자 은행 빚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개입사업자 대출은 4월 10조8000억원이나 증가하며 역대 최대 폭을 기록했다.

중소기업학회장을 지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생계 어려움을 넘기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태가 마무리되면 사업형과 생계형으로 분리해 차별화된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묻지마 지원'은 오히려 자영업 전체의 체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민근 기자 / 김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