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이재용 “때 놓치면 안 된다” 중국공장 찾아 글로벌 행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입국 간소화로 코로나 격리 면제

미·중 신냉전, 검찰 수사 악재 속

중국이 바짝 추격한 반도체 챙겨

“새 성장동력 마련 위해 선제 대비”

중앙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둘째)이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을 방문한 외국 주요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사진 삼성전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西安)에 위치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멈췄던 해외 현장 경영 행보를 4개월 만에 재개한 것이다.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이후 검찰 수사와 미·중 무역갈등까지 이 부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흔들림 없는 사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7일 출국했으며, 이날 시안에 있는 낸드 플래시를 만드는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기업인의 경우 한·중 합의 사항인 기업인 입국 절차 간소화에 따라 14일간의 의무격리가 면제된다. 이날 시안 사업장 방문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동행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첫 해외 방문지로 시안 사업장을 찾은 것은 반도체 사업에 그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은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반도체2030’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 부회장이 방문한 시안 공장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이자 중국 시장 공략의 전초 기지다. 현재 150억 달러(약 18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에선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삼성과 이 부회장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새로운 삼성’을 약속하기도 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도 무섭다. 중국 칭화유니그룹 계열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지난달 12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고, 올해 말 양산에 들어갈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128단 낸드플래시를 지난해 8월부터 양산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시간이 없다”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최근 고조된 미·중 무역갈등도 중간에 낀 삼성으로선 부담스럽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미국의 기술을 사용한 해외 반도체 기업이 제품을 화웨이에 팔기 위해서는 허가를 거쳐야 한다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화웨이가 지난 2017~2018년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중 한 곳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화웨이 제재 가시화는 삼성에 내상을 입힐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면서 해외 반도체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 증설을 압박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12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기로 한 데 이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로부터 신규 수주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삼성도 미국 오스틴 공장의 증설 요구를 마냥 물리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중국 측을 달래는 행보도 필요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와중에 이뤄진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에는 ‘중국 시장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까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주영·배정원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