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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어르신들 몰린 재난지원금 현장접수 첫날 "청주페이가 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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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171만 가구 중 65% 온라인 신청 마쳐

1426만 가구, 8조9122억원 신청해 지급 완료

“우리 식구는 넷인데 왜 셋만 줘요?”

긴급재난지원금 현장신청을 시작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고령의 할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등록상 가족이 4명으로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 지급 기준으로는 3명만 가구원으로 인정돼 80만원을 지급한다는 주민센터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서였다.

주민센터 직원은 "재난지원금을 줄 때 주민등록과 건강보험료 둘 다를 보고, 자녀가 해외 유학을 간 경우엔 건보료를 안내는 관계로 가구원 수에서 뺀다"고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이날 이 주민센터에서 현장 접수를 한 사람은 160여 명.

이 주민센터 관계자는 "현장접수를 시작하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이 주민센터에 현장접수를 하러 오는데,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본인이 생각하는 경우와 다른 경우엔 신청보다 설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현장 접수 첫날인 18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1동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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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17일 24시 기준 우리 국민(가구 기준) 2171만 가구 가운데 65.7%가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1426만 가구다. 지난 4일 긴급지원이 필요해 '현금'으로 먼저 재난지원금을 준 취약계층 285만 가구(1조3005억원·약 13%)를 제외하고 우리 국민 절반이 넘는 약 52% 가구(1140만 가구)가 지난 일주일 사이 '온라인 신청'을 통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포인트로 재난지원금 8조9122억원을 받은 셈이다.

카드를 쓰고 스마트폰,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이 앞서 신청을 했다면 주민센터 '현장신청'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의 차지였다. 오전엔 줄을 서기도 했지만 대체로 순조롭게 접수가 이뤄졌다.

이날 오후 2시 30분에 찾아간 서울 회현동 주민센터 2층. 별도 대기실까지 만든 이곳에선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공익요원이나 주민센터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회현동 주민인 조모(55)씨는 "인터넷(신청) 이런거 하나도 몰라서 그냥 편하게 주민센터에 왔다"며 "(지원금으로) 밥도 사 먹고 이것저것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 주민센터 관계자는 "쪽방촌이 몰려있는 곳이라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에는 포함이 안 되지만 소득이 낮은 분들이 오는 편인데, 현금으로 안 주냐고 언성을 높이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전에 3시간 동안 현금으로 달라고 하시는데, 잘 말씀드려 보냈다"며 "동네 가게에서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이 익숙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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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충북 증평군청 대회의실에서 주민들이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 증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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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돌린 어르신…"우리 같은 사람들은 카드 주면 잘 사용 못 해"



대전지역 동사무소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마스크 수령 때처럼 출생연도 끝자리를 생각하지 못하고 동사무소를 방문한 노인들이 발길을 돌렸고 지급 방식을 놓고도 직원과 민원인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전은 현장 신청에선 지역화폐(온통대전)와 선불카드 두 가지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데 지역화폐는 은행에서만 발급·신청이 가능하다. 지역화폐는 선불카드처럼 대리신청이 불가능한 데다 세대주가 직접 은행 창구를 방문, 발급받아야 한다.

이날 오전 11시쯤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던 한 민원인은 "지역 화폐를 신청하려고 하는 데 세대주인 남편이 직접 가야 한다고 해서 접수를 못 했다"고 말했다. 지급 방법의 하나인 지역 화폐를 '상품권'과 같은 종이 재질로 알고 찾아온 민원인도 있었다. 80대 노인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카드를 주면 잘 사용하지 못한다. 만 원권, 뭐 이런 종류로 줘야 어디 가서라도 쓰는 데 불편할 게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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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긴급재난지원금 현장 접수 첫날인 18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1동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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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둔산1동의 경우 5800여 세대 가운데 70%가량이 온라인(신용카드·체크카드)으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둔산1행정복지센터 직원은 "지난주 금요일(15일)에야 구체적인 정부 지침이 내려왔고 구청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민원인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어르신들이 주민센터로 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해 찾아왔다. 이날 대구 중구 남산1동의 주민센터 앞에는 18일 오전 9시 전부터 주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센터에서는 2층을 통째로 비워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센터를 마련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대기 의자는 1~2m가량 떨어뜨려 놨다. 곳곳엔 손 소독제 등이 비치돼 있었다.

윤금숙 남산1동장은 "어르신들의 경우 온라인 신청이 익숙지 않아 현장 신청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이른 아침부터 주민센터 앞에 줄을 서 있었는데, 주민들 모두 질서 있게 신청을 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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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충북 증평군청 대회의실에서 주민들이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 증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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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받으면"…지갑 열리나



충북 청주시는 청주페이(청주사랑상품권)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날 오전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 주민센터에는 100여 명의 신청자가 방문했다. 현장 접수를 대비해 건물 입구에 방명록 작성과 체온 검사를 돕는 요원 2명을 배치했다.

건물 밖 천막에는 대기번호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주민센터 2층에서 접수요건 검사, 신청서 작성, 카드 발급 등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노인은 “청주 페이가 뭐여. 어디다 체크하면 되는겨”라고 묻기도 했다. 도우미 2명은 신청서 작성이 늦은 노인을 돕거나 청주페이 사용방법을 알려줬다.

주민 안모(64)씨는 “한 달에 100만원을 받고 하던 시각장애인 보조원 업무가 코로나 사태 이후 끊기는 바람에 두 달째 집에서 쉬고 있다”며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 근근이 버텨왔는데 재난지원금을 받아 장도 보고, 음식도 사 먹고 싶다”고 말했다.

1948년생인 김모(72)씨는 신청을 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18일부터 현장 접수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서 신청이 되는 줄 알았다”며 “수요일에 다시 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전부터 5~6명 정도가 날짜를 잘못 확인해 되돌아갔다”며 “홈페이지로 신청하는 방법도 안내해드리지만, 고령자들은 방문 접수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전 국민 대상이라는 제도 취지를 고려해 지원금 지급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혜택이 골고루 갈 수 있도록 지속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윤 차관은 "격리대상자가 재난지원금 신청 문의 시엔 신용·체크카드 온라인 신청으로 안내하고, 주민센터는 신청 시작 전후로 전체 소독을 하는 등 방역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언·김현예 기자,·대전·청주·대구=신진호· 최종권·백경서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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