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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안성 쉼터' 가보니…버스정거장 105개, 4시간 걸렸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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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서울 광화문→안성 위안부 피해자 쉼터, 대중교통 방문기(記)…인근 주민 "할머니 1년에 3~5번씩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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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을 타고, 안성 위안부 쉼터에 가봤다. 왼쪽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정거장서 버스를 탑승하기 직전 시간, 오른쪽은 쉼터에 도착한 시간이다. 타임스탬프 앱으로 시간을 기록했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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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1시27분쯤,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에 있는 상중리상촌. 100번 버스서 내리니 정류장 이름이 그랬다. 날씨는 화창한 편이었고, 푸른 산자락 사이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몇몇은 정류장 인근에 서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서 걸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에갈 참이었다, 정의기억연대가 마련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쉼터다. 버스정류장을 떠나 걷기 시작하니, 차도 옆으로 좁다란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쭉 따라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틀어 들어갔다. 차도만 남았고, 오르막길은 계속됐다.

안성 쉼터에 도착하니 오후 1시35분쯤. 버스정류장에선 성인 남성 걸음으로 8분 정도 소요됐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기자로 추정되는 이들만 분주히 집 주위를 돌아다녔다.

쉼터에 대해 궁금한 건 단 한 가지였다. 집값이 얼마고, 그런 게 아녔다. 이 곳은 할머니들에게 문턱이 낮은 곳이었을지, 그래서 언제든 편히 찾아갈 수 있는 곳이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도 자가용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타고 갈 수 있는 곳이었음 싶었다. 자가용을 타고 가려면, 할머니 스스로 찾아가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고 안성 쉼터까지 직접 가보기로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시는 곳은 각기 다르겠지만, 기준점 하나를 잡고 가면 접근성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사진에 시간을 기록하는 '타임 스탬프'를 사용했다.


광화문광장→용인 L 아파트(29개 정거장, 1시간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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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앱을 켜고, 도착지를 안성 쉼터로 입력하니 최적 경로로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고 나왔다. 지난주에 KTX를 타고 울산시에 취재차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와 맞먹거나 더 걸리는 소요시간이었다. 설마 실제로는 덜 걸리겠지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버스는 모두 세 번을 타야 했다. 우선 이날 9시38분쯤, 세종문화회관 정류장서 5005번 버스를 기다려 탑승했다. 경기도 용인 L아파트까지 가야했다.

이동해야하는 정거장 수는 총 29개였다. 서울 중심부에서 다소 막히다, 나간 뒤부터는 시원스레 달리기 시작했다. 해야할 일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용인 L 아파트에 도착하니 오전 10시58분이었다. 총 1시간20분쯤 소요된 셈이다.



용인 L 아파트→봉남동, 모두투어(64개 정거장, 1시간6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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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바로 두번째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번엔 22-1번 버스였다.

버스정류장에 도착 안내 정보가 안 떠서, 버스 회사에 언제 오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직원이 "11시21분쯤 도착할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24분쯤이었다. 25분 정도 기다려 두번째 버스를 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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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봉남동, 모두투어 정거장까지 가야했다. 정거장 수가 어마어마했다. 총 64개 정거장이었다. 다행히 막히진 않아 빨리빨리 지나갔다.

환승하기 위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12시30분이었다. 1시간6분쯤 소요된 셈이다. 오래 앉은 탓인지 에어컨을 쑀음에도 등에 땀이 배어 있었다.



옥천교→상중리상촌→안성 쉼터(12개 정거장+도보, 24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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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 가기 전 마지막 버스정거장. 배차간격이 짧게는 50분, 길게는 2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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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햄버거 하나로 점심을 때웠다. 약 10분 정도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세번째 버스(100번)를 타야할 정거장인 옥천교로 이동했다. 이게 가기 위한 마지막 버스였다.

지도앱상에선 배차 간격이 1시간씩 된다고 해서 걱정했다. 버스정류장에 붙은 안내 시간을 보니, 배차 간격이 짧게는 50분, 길게는 2시간20분이나 됐다.

다행히 버스정류장에 12시50분쯤 도착했고, 다음 버스는 오후 1시10분에 와서 한시름 높았다. 2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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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11분에 100번 버스를 타고, 12개 정거장을 이동했다. 상중리상촌 정거장에 내리니 오후 1시27분이었다. 16분 정도 소요된 셈이다.

이어 안성 쉼터까지 8분 정도 걸었다. 버스정류장서 거리가 많이 멀진 않았으나, 완만한 오르막길에서, 쉼터 근방에 오니 경사가 약간 더 높아졌다. 금세 땀이 흘렀다. 할머니들에 다니기엔, 그리 편한 길은 아닌듯 했다.

안성 쉼터는 굳게 닫혀 있었다. 내부를 살펴보니, 마당은 정돈이 잘 돼 있었다. 잔디도 깎은지 오래되지 않은듯 했고, 뒤쪽엔 텃밭이 나 있었다.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에어컨 실외기도 돌아가지 않았다. 인적이 없었다. 초인종을 두 차례 정도 눌렀으나, 응답이 없었다. 취재진만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었다.


총 4시간 소요, 고속버스타도 2시간20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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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위안부 쉼터 뒤 텃밭./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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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서 안성 쉼터까지 가는데 소요된 시간은 총 4시간이었다.

대중교통으로 순수하게 이동한 시간은 2시간42분이었으나, 오가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할머니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다니기엔, 접근성이 좋지 않아 보였다. 버스정류장만 105개에 달했다.

돌아오는 길엔, 상중리상촌서 안성고속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뒤,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까지 1시간30분 소요됐다. 도보로 이동한 거리, 광화문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거리 등을 합치면 2시간20분은 걸렸다.

시내버스로 갈 때보단 고속버스가 빠르긴 했지만, 비용이 적잖이 부담일 것 같았다. 안성고속버스터미널서 서울까지 6600원이었다. 할머니들이 매번 내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다.


누구를 위한 쉼터였을까

'쉼터'라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필요할 때마다 편히 가야할 장소였을진대, 그렇지 않은 건 확실해보였다. 갔다가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지쳤다. 마치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녀왔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떻게 사용돼 왔을까. 인근 식당 사장 김모씨는 "언론에서 펜션으로 썼다느니, 술파티를 했다느니 보도가 나오는데, 왜곡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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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위안부 쉼터 마당 전경./사진=남형도 기자




그러면서 할머니들이 '휴가지'처럼 쓴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쉼터는 할머니들이 휴가지처럼 썼던 것 같다"며 "1년에 3~5번 정도는 오셨었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도 봤다"고 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관계자들이 할머니를 모시고 왔단 얘기도 했다. 식사한 메뉴에 대해선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비싼 오리 주물럭 이런 것도 아니고, 찌개 정도 드셨을 것"이라고 했다.

쉼터를 관리한 윤미향 당선인 부친에 대해선 "그가 윤 당선인 부친인 것도 최근에 알았다. 누가 거기 와서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관리를 하겠느냐. 성실히 했었다"고 답했다.



※기사 수정 이력

안녕하세요, 남형도 기자입니다.

일부 독자 분들 중 의견을 주신 분이 있어서

고속버스로 돌아온 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경로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만,

'쉼터'의 의미, 그리고 '접근성' 측면에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기 내용은 오후 7시10분에 추가해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형도 기자 올림.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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