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유병돈 기자] "우리 같은 노인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온라인으로 신청하기 힘들어요. 오늘부터 은행 창구에서 접수 받는다길래 일찍 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 다행입니다."(서울 중구 거주 최영수씨ㆍ76ㆍ가명)
"소상공인에 대한 2차 긴급대출 사전신청일과 긴급재난지원금 현장신청일이 겹쳐서 걱정했는데 아직까지 큰 혼잡은 없습니다."(우리은행 을지로지점 여신담당 직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 재난지원금 현장신청과 소상공인에 대한 2차 긴급대출 사전신청이 동시에 시작된 18일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오전 9시 개점과 동시에 대출과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른 시간인 데다 재난지원금의 경우 5부제를 시행한 영향인지 우려와 달리 큰 혼잡은 빚어지지 않았다.
국민은행 을지로지점을 찾은 자영업자 김상현(44)씨는 "가게가 명동에 있는데 재난지원금 신청일과 겹친다고 해서 일찌감치 대출 접수를 하려고 왔다"면서 "지난 주에 은행에 문의를 해보니 신청 순서대로 심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미리 서류를 준비해 서둘러 방문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성중(59)씨는 정부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대출 신청을 이 곳에서 한꺼번에 접수했다. 기업계 카드사를 제외한 신한ㆍ국민ㆍ우리ㆍ하나ㆍ농협카드 등 은행 계열 카드사는 소속 금융그룹의 은행 영업점에서, 비씨카드는 제휴 금융기관 15곳에서 각각 신청을 받는다. 박씨는 "재난지원금은 10분 정도 기다려서 신청했고 소상공인 대출은 별로 기다리지 않고 바로 했다"면서 "서류 준비만 틀리지 않게 하면 절차가 그리 복잡한 것 같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우리은행 을지로지점을 찾은 장민숙(61ㆍ가명)씨는 "창구가 복잡할 수 있다는 보도가 주말에 많아 나와 일찌감치 왔는데 예상보다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근처에 영세 자영업 사업장이 밀집해 있어서인지 대기자가 순식간에 5~6명 정도로 불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현장접수 첫 날인 1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한 시민이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우리은행 지점 관계자는 "2차 대출에 앞서 시작된 이차보전 초저금리(1.5%) 대출 재원이 아직 남아있어 수요가 분산되는 데다 정부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대출의 취급 창구가 영업점 내에서도 달라 업무가 배분되기 때문에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지원금 선불카드나 상품권 신청 창구인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이른 시간부터 접수를 기다리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주민센터에서는 접수 기준을 놓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양평2동 주민센터의 4층 강당에는 업무 시작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주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이들은 주민센터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신청서를 작성한 뒤 대기실로 이동해 번호표를 받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요일제'가 적용돼 출생연도 끝자리가 1ㆍ6인 이들만 신청이 가능했지만, 불과 1시간 만에 신청자는 40명을 훌쩍 넘겼다.
신청 절차가 다소 까다롭고 번거로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주민이 신청서를 접수하면 곧바로 세대 구성원 수에 맞는 선불카드가 지급됐다. 이 선불카드는 주민센터에서 전산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2~3일 후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남편과 함께 주민센터를 찾은 박위례(69ㆍ가명)씨는 "생각보다 신청 절차가 간편해서 좋았다"면서 "60만원은 우리 부부에게 큰 돈인데, 생활비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재난지원금 신청을 하려던 주민이 건강보험료 가구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탓에 주민센터 직원에 항의하고 나선 것. 이 주민은 "내가 세대주인데 건강보험이 부모님 쪽으로 돼있어 재난지원금을 못 받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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