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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안성 쉼터 7억5000만원, 7개월뒤 1㎞ 옆 집은 2억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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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이 쉼터 조성 위해 10억 기부

정대협, 2013년 7.5억원에 매입

땅값·건축비 최대로 잡아도 4억대

윤미향 지인 이규민 당선인이 중개

“알고도 고가 매입 땐 배임죄 가능”

정의연 “3곳 답사, 시세 7억~9억”

당시 주변 거래 대부분 4억 이하

중앙일보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전경.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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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2013년 경기도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시세보다 수억원 비싸게 산 것으로 나타났다. 정대협은 이 집을 7억5000만원에 사서 4억2000만원에 팔았는데, 핵심은 헐값 매각이 아니라 고가 매입이다. 정의연의 해명을 반영해 총건축비를 산정해 봐도 4억5000만원 남짓이었다.

정대협은 2013년 9월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현대중공업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 조성에 쓰라고 10억원을 지정기탁한 데 따른 것이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주택은 연면적 195.98㎡(약 59평), 대지면적 800㎡(242평)다. 2012년 건축됐다.

정의연은 17일 “최종 후보지 세 곳을 답사했고, 유사한 조건의 건축물 매매 시세가 7억~9억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의연이 언급한 후보지 세 곳은 강화도ㆍ경기도 안성시 일죽면ㆍ안성시 금광면이었고, 이 중 금광면의 주택을 선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서 세 지역의 2013년 단독ㆍ다가구 주택 실거래가를 확인한 결과 안성시 일죽면에서 이뤄진 거래 31건 중 3억원이 넘는 거래는 두 건 뿐이었다. 3층짜리 다가구 주택(대지 면적 2214㎡, 9억 9794만원)과 2층짜리 단독주택(대지면적 492㎡, 6억 3250만원)이었다. 2층짜리 주택은 도로 조건이 ‘25m 미만’으로 정대협이 산 쉼터 주택(도로 조건 8m 미만)보다 훨씬 넓었다.

강화군은 거래 269건 중 4억원이 넘는 매매는 6건 뿐이었다. 7억원 이상은 3층짜리 단독주택 1건(대지면적 414㎡, 8억 4200만원)이었는데, 공개된 주소지(화도면 해안남로1691번길 4**) 인근은 바닷가였고 숙박시설이 몰려 있었다.

안성시 금광면에서 이뤄진 거래 13건 중 4억원 넘게 팔린 건 딱 두 건이었다. 정대협이 산 주택이 한 건이고, 9억원에 팔린 주택이 하나 있는데 대지면적이 3003㎡(약 908평)로 훨씬 넓은 데다 4층짜리 다가구주택이었다.

인근 지역에서 쉼터 주택과 유사한 조건의 주택은 비슷한 시기에 훨씬 싸게 팔렸다.2014년 4월 같은 상중리에 있는 대지면적 843㎡(약 255평)짜리 1층 벽돌집은 2억원에 매매됐다. 정대협이 산 주택과 한 해 앞선 2011년에 지어진 집이었고, 거리는 불과 1㎞ 정도 떨어져 있었다.

정대협이 주택을 구매한 경위를 보면 더 수긍이 가지 않는다. 전혀 모르는 제3자로부터 매입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안성신문 대표이자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안성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규민 당선인이 윤미향(당시 정대협 대표) 민주당 당선인의 부탁을 받아 소개해 줬다. 집을 판 사람은 OO스틸하우스 김모 대표인데, 당시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으로 이 당선인의 지인이다.

이처럼 호의로 지인의 소개로 이뤄진 거래인데 오히려 시세보다 훨씬 높게 판 것이다. 이 당선인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좋은 뜻에 쓴다고 해서 내가 장소를 봤다. 그 집이 누가 봐도 탐낼 집이었다”고 말했다. 가격에 대해서는 “뭐 (김 대표) 본인이 그렇게 불렀으니까. 파는 사람 마음이고, 본인이 가격을 매겼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살려고 지은 집이고,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좋은 벽돌을 써서 열심히 지었다. 주변이랑 왜 비교하느냐. 그런 집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미향 “그쪽서 깎아줄 수 있다 했지만, 비싸다고 생각 안했다”

또 “원래는 8억~9억원을 생각했는데 이 당선인이 좋은 뜻으로 쓸 것이라고 하니까 팔았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평당 건축비가 600만원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김 대표가 2012년 4월 자치안성신문 인터뷰에서 “스틸하우스 건축비는 내외장재 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당 350만원에서 400만원 내외로 지어지고 있다”고 밝힌 것보다 비싸다.

하지만 평당 600만원을 들였다 해도 7억5000만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600만원을 계약서와 등기부등본상 연면적(59평)에 적용하면 총건축비는 3억5400만원이다.

비슷한 시기 쉼터 인근의 상중리 대지는 평당 45만원에 팔렸다. 이를 등기부등본상 쉼터 주택의 대지면적에 적용하면 1억890만원. 건축비를 100% 반영해 합쳐도 4억6290만원이다.

해당 지역의 한 중개인도 “애초에 말이 안 된다”며 “업계에선 커미션이 있었거나 매입자가 업(up)계약(가격을 부풀려 계약)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그쪽에서 최초 제시한 액수보다 깎아줄 수 있다고 했지만 기존에 본 곳이나 사용 목적을 고려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세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라는 것을 알고도 주택을 매입했다면 형법상 배임죄도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민석 변호사는 “적정 가격보다 높다는 것을 알면서 거래했으면 정대협에는 차액만큼의 손해를, 거래 상대방에 그만큼의 이익을 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공교로운 부분이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주택 대지는 2007년 4월 김 대표의 부인이 샀는데, 주택 소유권 보존 등기는 2012년 11월에 했다. 대지를 사고 5년7개월 뒤에야 주택을 지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이 정대협을 위해 10억원을 기탁하겠다고 밝힌 게 2012년 8월이다.

특히 정대협은 본래 목적과 달리 쉼터를 워크숍 장소로 썼고, 일반인이 펜션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2016년 7월 이곳에 머물렀다는 A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지어진 곳이라고 한다. 행사로 종종 쓰이고 평소에는 펜션으로 쓰인다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장소를 문의하는 댓글에 A씨는 “010 XXXX XXXX(평화의 집) 윤미향 대표님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 XXX번지 여기예요!”라고 답글을 올렸다. 이는 윤 당선인의 실제 번호다.

쉼터를 윤 당선인의 아버지가 관리한 것도 문제다. 7년간 인건비로 총 7580만원이 지급됐다. 정의기억연대는 16일 “친인척을 관리인으로 지정한 점은 사려깊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펜션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강광우 기자, 안성=채혜선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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