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전후 최악 침체" 판단…경기 불확실성에 채권금리 하락세
국채 대량매입 등 '추가 정책카드' 여부도 관심
지난 3월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기자들과 만난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경기가 조기에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줄어들면서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기준금리를 또 내릴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금리정책 외 추가 카드로 한은이 채권 매입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 하락세를 나타냈다.
15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0.87%,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38%로 지난달 말보다 각각 0.13%포인트, 0.14%포인트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3일 연 0.86%를 나타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한 데다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게 채권 금리에 반영됐다.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서 꾸준히 사들여 금리 하락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보유잔고는 지난달 말 현재 140조5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최근 발언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파월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번 경기 하강의 규모와 속도는 현대 역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침체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경기여건 악화를 고려할 때 오는 2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0.75%에서 0.50%로 낮출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세계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자 지난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0.75%로 인하했다.
4월 금통위에선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 여력은 남아 있다"고 해 추가 인하 여지를 열어둔 바 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선 2분기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고 3분기 경제활동이 개선될 경우 올해 0%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과 저물가 장기화 위험은 당시보다 더욱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출 지표가 악화한 가운데 한은도 이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나빠진 경기 여건을 고려할 때 한은으로선 금리를 동결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일부 전문가들도 인하 시기가 5월은 아닐지라도 3분기 중에는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수준인 '실효하한'에 근접한 만큼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기보다 유동성 공급정책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연준이 금리를 더 내리지 않는 이상 한은이 당장 이달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며 "한은으로선 정책 초점을 유동성 공급에 둘 것"이라고 판단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일각에선 금리 인하와 별개로 한은이 경기대응과 시장안정을 위해 대규모 국채 매입과 같은 추가 정책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펼치고 있는 재정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금융시장 안정과 저금리 기조 유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안정화대책과 고용안전특별대책, 세입경정 등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달 초 편성해 21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규모는 최대 3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한도 40조원)이 조성되는 것도 채권시장에는 부담 요인이다. 추경 예산과 기금 재원은 국채와 정부보증채권 발행으로 조달된다.
박 실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전례 없이 나빠졌고 이에 대응한 정책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나왔다"며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으므로 한은이 국채를 대거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췄던 양적완화(QE)의 목적이 아니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보다 과감한 국고채 매입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호주나 뉴질랜드, 미국 등의 국채 매입 정책 행보는 한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지난달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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