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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상화 시급한 백십자사…'전관예우' 이사회 인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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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청문회 앞두고 전직 고위공직자 이사로 선임

법인 측 "자발적 요구로 이뤄진 인사" 해명

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노컷뉴스

백십자사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모습 (사진 제공=인천평화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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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백십자사가 경기도에서 간부를 지낸 경력이 있는 전직 고위공직자를 이사로 선임해 논란이 예상된다.

회계 비리, 부당 인사 갈등 등의 내홍으로 최근 감독기관인 경기도로부터 대표이사 직무집행 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등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위기에 몰리면서 ‘전관예우’를 노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 법인 설립 인가 취소 위기 상황서 경기도 간부 경력 인사 선임

16일 경기도와 부천시, 백십자사 등에 따르면 백십자사는 지난 3월 24일 이사회를 열어 안양호(63) 전 행정안전부 2차관을 이사로 선임했다. 이사회는 안 전 차관을 이사로 선임하는 것에 대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같은 날 안 전 차관이 합류한 자리에 있던 이사는 '일신상의 사유'로 이사직을 사임했다.

당시 이사회는 경기도가 백십자사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 등이 적절했는지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기 1주일 전에 열린 '원포인트' 이사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고시 22기로 공직에 입문한 안 전 차관은 청와대, 중앙인사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거친 정통 중앙행정 관료 출신 인사로 꼽힌다.

또 그는 2001년 광명시 부시장을 비롯해 2002년 8월부터 2004년 6월까지 경기도 자치행정국장, 2008년 3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지냈다.

안팎에서는 안 전 차관이 백십자사 이사로 선임되자 경기도의 행정처분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전관예우'를 노린 전략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인이 설립 허가 취소 위기에 놓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문 사회복지법인 관련 이사가 아닌 행정관료 출신 인사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백십자사 측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다. 백십자사 관계자는 "안 전 차관은 2018년부터 비공식적으로 법인을 도왔다"라며 "이번 이사 선임에서 그의 경력을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안 전 차관 본인이 자발적으로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막기 위해 이사회 합류를 자처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 대해 회계 비리나 인사 갈등 등의 문제로 위기를 맞은 법인이 정상화보다는 법인 유지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경기도-백십자사, 법인 설립 허가 취소 놓고 청문회 진행 중

앞서 경기도는 2017년 백십자사에 대한 감사를 벌여 △후원금 사용 부적정 △법인 회계 운영 부적정 △법인 기본재산 무허가 임대 △재산취득 미보고 △외부 추천이사 미선임 및 이사회 운영 부적정 △목적사업 외 사업 시행 △외부추천 감사의 직무집행 거부 △자산취득 물품 관리 부적정 등을 적발했다.

이에 부정 회계 비용에 대한 반납과 취득 물품 원상 복귀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백십자사는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패소했다.

최근 경기도는 백십자사에 부적정하게 사용한 법인 회계 운영비 1억5600여만원을 정상화하고 대표이사 직무집행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도는 이같은 처분이 적절한지 여부를 가리는 청문회를 지난 달 1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백십자사가 청문회에서 도출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지난 1월에는 경기도와 인천 지역 사회복지·시민사회단체 20여개로 구성된 '백십자사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져 △이사회 전원 해임 △임시이사 파견 △감독기관의 특별감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 백십자사, 중증·발달장애인 시설로 지역사회 존경…설립자 사후 형제 간 내홍

백십자사는 6·25전쟁 직후인 1957년 고(故) 임병덕 목사가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시설을 만들며 설립된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이다.

이 법인은 경기 부천시와 인천 옹진군 등에 부천혜림원, 혜림요양원, 장봉혜림원, 장봉혜림요양원 등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4곳을 비롯해 직업재활시설 2곳, 특수학교 1곳, 어린이집 1곳, 공동생활가정 11곳 등 모두 19곳의 시설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존경을 받았다.

400여명의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이 법인의 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직원 수도 200명을 넘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간 13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등 지역 대표 사회복지법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설립자인 임 목사가 세상을 떠난 이후 2세들이 법인을 운영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2013년 이후부터는 설립자의 장남인 법인 대표이사와 둘째 아들인 산하 시설 원장 사이에서 횡령, 부당인사 등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형제간 고소·고발, 민사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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