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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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현장결제’인데…배민라이더스는 안 돼
A씨는 13일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한 뒤 현장결제를 하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통해 식당 두 곳에 음식을 주문한 뒤 각각 현장결제를 했다. 그런데 결제 후 재난지원금을 사용했다고 받은 문자메시지는 한 건 뿐이었다. 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한 업체는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주문한 음식점이었다.
똑같이 배민에서 주문하고 ‘현장결제’를 했는데 배민은 되고, 배민라이더스는 안 되는 이유가 뭘까. 14일 배민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스는 배민이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유명 음식점들과 계약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배민라이더스로 주문하면 배민에 직접 결제가 된다. 배민은 돈을 받은 뒤 입점 업체에 정산해준다.
반면 배민에 입점한 일반 업체에 주문하면, 배민라이더가 아닌 생각대로나 부릉, 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가 배달하거나 가게에서 직접 배달한다. 가게에서 직접 배달하면 가게에, 배달대행업체가 배달하면 그 업체에 결제된다.
배달앱 주문 후 현장결제를 하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다만 배민의 경우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주문하면 현장결제를 하더라도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다. 배민앱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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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결제를 받는 주체에 따라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여부가 갈린다. 배민은 정부가 재난지원금 제한업종으로 정한 온라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결제가 배민에 직접 잡히는 배민라이더스로 주문하면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다. 배달대행업체는 온라인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재난지원금을 쓰려면 배민라이더스가 아닌 일반 주문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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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가능’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에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줄 선 고객들. 긴급재난지원금은 백화점 내 샤넬 매장에선 쓸 수 없지만 청담동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쓸 수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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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1일부터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곳을 두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업종인데도 어떤 곳에선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지만, 또 어떤 곳은 안 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취지와는 무관해 보이는 업종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백화점은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이 때문에 백화점 내 샤넬 매장에서도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청담동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재난지원금을 보태 명품 가방을 살 수 있다. 백화점 밖에 있고 제한업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재난지원금으로 명품 가방을 사고 싶은데 지방에서 살 수 있는 곳은 어디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은 안 그래도 코로나19를 틈타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재난지원금을 명품 구매에 쓰도록 허용한 건 해외 명품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병원에선 치료 목적이 아닌 경우라도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는데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미 준 돈 쓰는 건 자기 마음 아니냐”는 의견과 “그래도 코로나19로 형편이 어려워진 소상공인을 돕자고 준 지원금을 그런 데 쓰는 건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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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마사지 샵은 안되고, 에스테틱은 되고
서울 마포구에서 발 마사지 샵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로 3월 초부터 휴업 중이다. 재난지원금도 사용할 수 없는 곳이다. 반면 같은 동네에서 운영 중인 한 프랜차이즈 마사지샵은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2개 카드사의 카드를 제외(14일 기준)하곤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위생업종 대면 서비스는 정부가 지정한 재난지원금 사용 제한 업종이지만, 피부관리실이나 마사지샵 등은 개별 카드사에 ‘미용’ 업종으로 등록돼 있어서다. B씨는 “똑같은 마사지인데 등록 업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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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구분 어렵고 본사도 헷갈려
정부에서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대기업인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 'GS더프레시(옛 GS수퍼마켓)'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시내 한 GS더프레시 매장에 재난지원금 사용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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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중에선 ‘직영점’이냐 ‘가맹점’이냐에 따라 지역별로 사용 여부가 갈린다. ‘가맹점’은 지역과 상관없이 지원금을 쓸 수 있지만, ‘직영점’에선 본사 소재지가 있는 곳에서만 쓸 수 있다. 예컨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올리브영과 롭스는 본사 소재지인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선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는 100% 직영 매장이어서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만 결제된다.
소비자들은 해당 가게에서 지원금을 쓰려면 ‘직영점’인지 ‘가맹점’인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내부적으로 혼란에 빠졌다. 어디서 쓸 수 있고, 쓸 수 없는지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올리브영의 경우, 신용ㆍ체크카드로 발급받은 재난지원금만 쓸 수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선불카드를 비롯한 지역 화폐의 경우 지자체별 기준이 다르고, 지역상품권은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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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슈퍼중 GS더프레시는 유일하게 허용
같은 대기업 계열 ‘가맹점’이라도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한 곳이 있다. GS더프레시를 제외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선 모두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다. 반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더프레시는 유일하게 허용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른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은 된다고 하는데, 다른 SSM도 가맹점만이라도 허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GS더프레시만 허용해주는 건 또 무슨 기준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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