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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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홈페이지, 모바일 등과 동시에 ARS(자동응답시스템)와 콜센터, 은행창구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카드업계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들의 불편이 커졌다.
정부가 뒤늦게 카드사와 협의에 나서면서 ARS와 콜센터를 막은 이유에 대해 카드사의 ARS 등 시스템 오류 등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신청자를 직접 대면해 오류 위험이 없는 은행 창구를 통한 동시 신청은 막았다.
카드업계에서는 정부가 이처럼 ARS와 콜센터를 막고 은행창구도 다음주에나 신청할 수 있도록 한 배경을 '과도한 기부 유도' 방침 때문으로 풀이한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는 재난지원금 첫 신청일을 앞두고 홈페이지·모바일 앱 등 온라인 신청 외에도 ARS와 콜센터, 은행창구 등에서도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진작부터 정부에 건의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관심이 높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에 대비해 다양한 창구로 분산을 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온라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를 위한 배려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RS나 콜센터 등을 이용하면 안내에 따라 보다 쉽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에 PC가 없거나 스마트폰이 없는 사회적 약자 역시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의견을 무시했다. 이는 지난 11일 재난지원금 신청 첫날 각 카드사 홈페이지에 과부화가 걸리는 등 민원이 잇따라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황이 나빠지자 정부는 카드사와 협의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ARS의 경우 첫 시행이다 보니 본인인증 절차 등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난지원금은 본인 외에 신청할 수 없게 돼 있는데 (ARS 등 방법은)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당장 시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창구에서 신청하는 방안은 다음주(18일)에 시행할 예정이어서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어 (카드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정부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는 이미 1980년대 초반 카드업계가 태동할 당시부터 ARS·콜센터를 구축해 비대면 서비스를 해 왔다.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고려해도 그 역사가 최소 30년이 넘는다. 당연히 본인인증 등 처리에 무리가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ARS나 콜센터를 이용할 때 본인인증을 거쳐 서비스를 줄곧 해 왔다"며 "심지어 돈을 빌려주는 카드론도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카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재난지원금 기부를 늘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온라인에서 신청하면 재난지원금을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현장 방문 신청 등을 뒤로 미룰수록 기부금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정부의 얄팍한 계산이 작용했다는 의심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가 카드사를 통한 재난지원금 신청 메뉴에 기부금 항목을 넣도록 유도하면서 원하지 않은 기부를 했다 취소하는 사례도 빈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과도한 걱정 때문에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만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한시라도 빨리 채널을 분산시키는 방안이 국민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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