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나 도를 넘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수단체가 수요시위와 관련해 윤 당선인 등을 아동학대와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게 대표적이다. 수요시위가 아동·청소년에게 집단강간 개념을 주입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고 지나친 반일감정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30년 가까이 이어온 수요시위가 역사교육 현장으로 자리 잡아 각급 학교와 단체의 자발적 참여가 쇄도한다는 걸 대놓고 외면한 주장이다. 주최 측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절차와 내용 면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무효가 되다시피 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각하 결정을 하면서 피해자 의견 수렴 부족과 함께 일본군의 강제성·불법성, 국제법 위반에 관한 국가 책임, 법적 의무가 빠진 점 등을 지적한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의연이 회계 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30년 위안부 인권 운동의 역사에서 '옥에 티'를 걸러내는 조치인 동시에 미래를 다지는 길이기도 하다. 괜한 시비로 발목을 잡으려는 이들에게 빌미를 줘서 대사를 그르칠 순 없기 때문이다. 정의연은 2017∼2019년 일반 기부 수입 22억여원 중 41%를 피해자 지원 사업비로 집행했다면서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사업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지출항목 수혜 인원을 '99명', '999명', '9천999명' 식으로 기재한 회계 처리는 폭넓은 신뢰를 얻기 쉽지 않다. 국세청이 회계 오류를 수정해 재공시하도록 지시하고 행정안전부가 출납부 제출을 요구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오랜 기간 현장을 지켜온 활동가들로서는 억울하고 참담한 생각이 들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왜 몰라주냐며 분개하기보다는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마땅히 책임을 지는 모습을 기대한다.
이번 일을 트집 잡아 위안부 인권 활동에 타격을 주려는 이들이 있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일부 단체가 수요시위 중단 요구까지 하는 진의가 의심스러운 것도 마찬가지다. 후원금 논란에 편승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지난해 펴낸 '반일 종족주의'에서 친일 주장을 폈던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 등은 최근 출간한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에서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일본군 위안소는 후방의 공창제에 비해 고수익 시장이었다"는 궤변을 이어갔다. 오랜 세월 침묵을 강요당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증언에 나설 때도, 국제연대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전시 성폭력 이슈와 세계적 인권 운동으로 승화시킬 때도 활동가들의 도움이 컸다. 위안부 인권 운동이 위축돼선 안 되는 이유다. 일본이 전쟁범죄와 역사 왜곡 시도를 포기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멍석을 깔아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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