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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석유·가스 중동 의존 줄이고 저유가 틈타 비축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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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지역에 쏠려있는 석유ㆍ가스 개발 비중을 줄이고, 저유가를 활용해 비축량을 늘리기로 했다. ‘자원개발’이 아닌 ‘자원안보’로 정책 중심이 바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자원개발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10년에 걸쳐 국내ㆍ외 자원개발을 어떻게 해나갈지가 이번 방안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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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북서부 해상 A-3 광구에서 새로 발굴한 '마하 유망구조' 가스층 산출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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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에너지위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저유가 충격 속에 미국ㆍ중동ㆍ러시아 등의 에너지 패권 경쟁과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료광물 확보 경쟁 등 구조적 변화도 계속되고 있다”며 “물량 중심의 자원개발에서 탈피해 개발ㆍ도입ㆍ비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자원안보 역량 강화 방안을 담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ㆍ가스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18년 기준 국내 석유 수입량의 73.5%, 가스 장기 계약 물량의 45%를 중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아시아ㆍ아프리카 산유국으로 석유 수입선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가스 수입선도 러시아ㆍ미국 등지로 확대한다. 필요한 에너지원의 94%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동지역 쏠림 현상은 자원안보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석유ㆍ가스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같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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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0차 에너지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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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코로나19, 유가 전쟁으로 인한 저유가 추세를 고려해 석유 비축량도 확대한다. 제4차 석유비축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60일분 사용량에 해당하는 1억70만 배럴을 확보할 계획이었는데 이 양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예산 당국이 짜고 있는 3차 추가경정예산에 석유 추가 비축을 위한 예산을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산업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의 비축량도 60일분에서 100일분으로 늘린다.

북한과의 자원개발 협력사업도 추진한다. 정부는 2010년 이후 잠정 중단 상태였던 북한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북한 최대 광물 매장 지역으로 꼽히는 단천 일대 공동 개발도 검토 대상이다. 당장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북핵 위기로 인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남북 경협 재개 이후를 가정해 사전 연구를 하고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중심축이 움직이기는 했지만, 자원 개발을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는다. 침체한 민간기업의 자원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는 특별융자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30%인 특별융자 지원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투자비가 100억원(100%)이라면 30억원(30%)을 정부에서 빌려줬는데 그 비율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현행 70%인 특별융자 감면 비율을 높이는 안도 추진된다. 자원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했다면 정부로부터 빌려 간 돈의 70%는 갚지 않아도 됐는데, 이 비율이 상향 조정된다.

답보 상태였던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에도 다시 속도를 낸다. 2018년 나온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 권고를 따라서다. 한국석유공사는 핵심자산 위주로 사업 구조를 바꾼다. 한국가스공사의 비핵심사업은 서둘러 구조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광물공사의 직접투자 기능은 없앤다. 민간 지원 중심으로 바뀐다.

한편 이날 공개된 자원개발 기본계획안엔 자원자주개발률(전체 수입량에서 한국의 자체 자원개발로 확보한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 같은 목표 수치가 담기지 않았다. 2001년 이후 2014년까지 5년 주기로 1~5차에 걸쳐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이 발표됐는데 자원개발률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2010년 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하며 석유ㆍ가스 자원개발률 30%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후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묻지 마’ 투자가 이뤄졌고 에너지공기업 부실, 재정 누수로 이어졌다. 과잉·부실 투자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올해 산업부는 자원개발률 목표치 자체를 계획에서 없앴다. 김선기 산업부 자원안보정책과장은 “현재 자원개발률 수치는 나오겠지만 새로 만들 자원안보지표 안의 하위 개념으로만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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