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중구 신한은행 남대문점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한 소상공인의 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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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실물 경제로 번지면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이들이 앞다퉈 은행 문을 두드린데다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대출 규모가 대폭 늘었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2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7조9,000억원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9년 6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3월에 18조7,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이어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모두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평소 회사채 등을 통해 금융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했던 대기업의 경우, 이달 은행 대출이 11조2,000억원 늘었다. 금융 불안으로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만기 도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 자금을 은행에서 조달한 것이다.
정책금융기관과 은행권이 중소ㆍ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정책성 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중소기업 은행대출도 16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지난 3월 증가분(8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이 중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10조8,000억원이다. 한은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사업자들의 자금 수요가 증가한데다, 정부와 은행 금융지원이 더해지면서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증가세가 꺾였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9,000억원으로, 전월(9조6,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3월 6조3,000억원에서 4월 4조9,00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여파로 주택 매매가 줄면서 주담대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금융권의 기타대출(신용ㆍ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은 4월 중 2조원 줄었다. 코로나19 저금리 대출 등 정부의 자금 공급에 따라 신용대출 등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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