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지난 7일 수요집회 불참 기자회견
"후원금 할머니들한테 쓰인 적 없다"
이후 연락 닿지 않는 등 자취 감춰
지난 2018년 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348차 정기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발언을 마친 뒤 부축받아 무대를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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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자택을 찾았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할머니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80대 주민은 “이용수 할머니가 이 아파트에 산다”면서도 “할머니에 관한 뉴스가 며칠째 나오던데 최근 아파트에서 할머니를 뵙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경비 관계자도 “할머니 상황을 잘 모른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며칠째 연락이 닿질 않고 있다. 지난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부터다. 당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 수 있도록 도운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는 “할머니가 대구 자택에 계신 것으로 들었는데, 자세한 건 잘 모른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돌연 수요집회 불참을 선언했다. 28년간 수요집회에 꾸준히 참석해왔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면서다.
이 할머니는 “28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꼭 수요일마다 데모(집회)에 갔다. (집회에 가면) 초등생, 중학생들이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 우리에게 줬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걸 다 어디다 썼나. 식사하는 데 썼나? 아니다. 얼마 동안은 그렇게 썼지만, 주관 단체에서 썼다. 이걸 할머니들한테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수요집회의 공식 명칭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다. 1992년 1월 8일 수요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총리 방한을 항의하기 위해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가 열린다.
할머니의 기자회견 직후 수요집회를 주최하는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의연) 측은 “오해를 풀겠다”며 그동안 후원금을 사용한 내역서 등을 공개했다. 이 할머니에게 그동안 제공한 후원금의 영수증 사진 등을 첨부하기도 했다.
특히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말씀하신 건 오히려 저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열망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사실 이제 피해자가 수요집회에 나올 시기는 지났다고 저도 생각한다”며 “할머니 말씀은 이제 나는 못하겠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달라는 요구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전 이사장은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정의연 이사장직을 내려놨다. 윤 전 이사장은 92년 이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신고 전화를 직접 받은 뒤 30여년간 두 사람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해왔다.
이 할머니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정의연 대표였던 윤미향씨가 와서 해결해야 한다. 윤씨는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구=백경서·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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