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외교부 기자단 간담회 발언…"발표 보고 완전히 충격"
소녀상 이전 등 정부 불리한 내용 빼고 알려놓고 '반대 없었다' 지적은 부당
윤미향 당시 정대협 상임대표(가운데)가 지난 2016년 2월 19일 외교부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김동현 기자 = 윤미향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이 2015년 12월 위안부합의 내용을 언제 알았는지가 논란인 가운데, 그가 '일본이 국고에서 10억엔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한다'는 등 일부 내용을 합의 당일 오전에 통보받았다고 밝혔던 과거 발언이 확인됐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나 소녀상 이전 관련 사항 등 위안부 합의가 여론의 지탄을 받은 주요 대목에 대해선 합의 발표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윤 전 이사장이 외교부로부터 위안부 합의 내용을 미리 들었으면서도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에 불리한 내용은 빼고 설명했다는 점에서 이런 비판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이사장은 위안부 합의가 발표되고 한 달여가 지난 2016년 2월 19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서 외교부를 취재하는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12일 연합뉴스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당시 정대협 상임대표 자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윤 전 이사장은 '외교부에서는 합의가 임박한 시점에 합의 내용을 사전 설명했다고 얘기하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외교부가) 당일 아침에 지역단체들에 전화로 통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저도 마찬가지(로 그때 통보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래픽]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관련 의혹과 해명 |
그러면서 "그것은 (단체 측과 논의해 내린) 합의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통보란 얘기"라고 덧붙였다.
윤 전 이사장은 통보내용에 대해 ▲일본 정부 책임 통감 ▲아베의 총리대신으로서 반성과 사과 ▲일본 국고에서 10억엔 출연 등 3가지라며 "어떻게 평가할 건지 할머니들, 법률가, 연구가, 정대협 실행위원 이사들과 토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은 어떻게 할 것이냐, 부족한 점은 어떤 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지를 얘기하던 차에 기자회견 발표가 있었고 전혀 우리가 기대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야기되고 있었다"며 "저희를 완전히 충격에 빠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로부터 통보받은 일본 조치만 놓고 보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엇갈렸지만, 실제 발표에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등 한국 정부가 취할 조치가 공개되자 당혹스러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핵심 내용은 사전에 알리지도 않았으면서 위안부 합의에 관여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 당국자들이 최근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미향 전 이사장에게 사전 설명했을 때 반응이 괜찮았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상황을 오도하려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CG) |
윤 전 이사장의 당시 발언은 2017년 가동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합의 검토TF)' 보고서에 담긴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위안부합의 검토TF는 보고서에서 "외교부는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면서도 "그러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돈의 액수에 관해서도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안부합의 검토TF에 참여한 한 인사는 "10억엔 못지않은 위안부 합의의 핵심 사안인 소녀상 이전이나 국제사회 비판 자제 등이 정대협이나 피해자 측에 다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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