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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 모씨는 출근길에 하나카드 앱에 접속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앱에 접속한 뒤 팝업을 클릭하고 주민등록번호 입력과 본인 인증 절차를 진행하는 것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마지막 단계에서 기부신청 버튼을 잘못 눌러 신청 금액 전액이 모두 기부 처리된 것이다. 김씨는 "화면이 헷갈리게 구성되어 있어서 기부신청을 클릭하는 것이 재난지원금 신청 마지막 단계인 것처럼 보였다"며 "다행히 카드사에 급히 연락을 해보니 당일 신청건에 한해서는 취소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루가 지나면 취소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전액을 기부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신청 첫날인 11일 일부 카드사 홈페이지 접속이 느려지는 현상이 있었지만 큰 혼란 없이 마무리됐다. PC 또는 앱을 통해 신청한 소비자들은 채 5분도 안 걸리는 빠른 신청 절차에 대해 만족해 하는 분위기다. 다만 거주지에 따른 복잡한 사용처와 카드사 마케팅 중단 등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또 재난지원금 신청과 기부신청을 헷갈리게 해놓은 카드사들이 있어서 실수로 기부신청을 한 사람들이 일부 나왔다. 카드사 등에 '모르고 기부신청을 눌렀다'며 재신청 방법 문의가 하루 종일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절차는 이번주(11~15일)에는 생년월일에 따른 5부제를 실시하고, 16일부터는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하더라도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으로 신청하는 것은 18일부터 가능하다. 18일부터 31일까지 카드사 연계 은행 창구를 찾으면 된다. 상품권이나 선불카드를 선택할 때에도 18일부터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신청하는 절차였지만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로는 '5부제' 등 접속자 몰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꼽힌다. 9개 카드사가 온라인으로 신청받기 때문에 카드 사용자에 따라 분산된 것도 요인이다. 가구주만 신청 가능한 점도 접속을 분산시킨 것으로 거론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모든 카드는 전월 실적이 인정된다. 그리고 포인트 적립과 카드 혜택 등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카드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한번 신청하면 취소할 수 없다. 씨티카드와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만 지원이 안 되는 카드도 있다. 이번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카드사는 KB국민, NH농협, 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카드 등 9개뿐이다.
가장 큰 불만은 신청과 기부가 헷갈린다는 점이다. 지원금 신청 시 기부금액을 입력하는 난이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이 신청금액인 줄 알고 헷갈린다는 불만이 많았다.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온 하나카드는 이날 급하게 기부금 변경 메뉴를 신설해 취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온라인 신청으로 한 기부는 당일에만 취소할 수 있다. 다음날이 되면 행정안전부로 자료가 넘어가기 때문에 취소가 불가능하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노인 등 컴퓨터를 잘 모르는 분들은 헷갈리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입김에 카드사 마케팅도 제동이 걸렸다. 앞서 BC카드와 NH농협카드는 지원금을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취소했다. 11일 오전 삼성카드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모바일 쿠폰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돌연 취소했다. 일부 이용자는 카드사 혜택을 이용할 수 없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14조원이 어디에 사용되는지와 관련된 빅데이터를 카드사가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며 "금융감독당국이 긴급 제동을 걸었지만 카드사가 다른 형태로 이벤트를 진행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172만가구가 1조1556억원을 신청했다. 경기도가 44만가구로 가장 많았고 서울(37만가구) 부산·인천(각각 10만가구) 순이었다.
[이승훈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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