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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미술로 바라보는 '시대의 병'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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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우울한가요?'

연합뉴스

김정욱, 1998, 한지에 먹, 채색, 62x84.5cm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물질적 풍요를 이룬 현대사회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상이 흔들리는 요즘은 더 그렇다.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지난 8일 개막한 전시 '우울한가요?'는 시대의 병이라고 불리는 우울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개인적인 요인에서 오는 우울감, 시대의 부정에 따른 울분 등 여러 종류 우울을 표현한 회화, 조각 등 98점이 전시된다.

김정욱, 나수민, 노원희, 문지영, 박미화, 배형경, 안경수, 이재헌, 정덕현, 정철교, 조원득, 천성명 등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 작가 12명이 참여했다.

나수민(26)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채용정보 게시판을 기웃거리고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의 우울을 그렸다.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화려한 핑크빛 형광 색조로 표현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노원희(72)는 잿빛 그림으로 시대의 아픔을 고발해온 민중미술가다.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 중심이었던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한 작가는 지금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두운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천성명(49)은 상처받고 불안한 자아를 조각으로 묘사한다. 초점을 잃은 눈, 벌어진 입, 공포에 질린 듯한 얼굴이다. 처연한 표정의 조각상이 우울한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가뜩이나 우울한 일이 많은 가운데 온통 어둡고 씁쓸한 감정을 담은 작품들이 관객을 더 가라앉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전시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안에서 우울이라는 문제를 생각하고, 우울함의 표현을 더 나은 삶을 위한 시작으로 본다.

상처와 아픔은 무시하고 외면하기보다는 마주하고 함께 고민할 때 치유와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6월 21일까지.

연합뉴스

천성명, '그림자를 삼키다', 2008, 합성수지, 아크릴릭 채색, 97x35x20cm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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