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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10조짜리 기회인데···'재난지원금 마케팅' 눈치보는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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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신청하는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카드사가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상품권 등의 형태로 수령할 수 있다.

중앙일보

오는 11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시작된다. 서울 성동구청은 별도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재난지원금 지급 신청과 상담을 돕고 있다. [사진 성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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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마케팅 전쟁 예상했지만…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11일 오전 7시부터 각 카드사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대상자 여부를 조회하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카드를 선택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면 세대주 본인 명의의 카드로 지원금이 자동충전 되는 방식이다.

당초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면 카드사 간 불꽃 튀는 마케팅 전쟁이 벌어질 거란 관측이 많았다.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은 총 14조3000억원 규모인데,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매출 직격탄을 맞은 카드사 입장에선 대규모 금액을 자사 카드로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당장 결제액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던 휴면 고객까지 수면 위로 끌어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업계에선 신용카드로 신청되는 지원금 액수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월 실적,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 등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는 데다 이용이 편리해서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정부 지원금인 만큼 신용카드사에서 고객 유치전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오후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원금 지급을 위한 정부와 카드사 간 업무 협약식에서 “정부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지원금 신청을 유치하기 위한 지나친 마케팅 활동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선 윗선(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벤트를 발표 직전에 취소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각 카드사가 이미 공지한 이벤트를 철회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BC카드는 8일 오전 재난지원금을 BC카드로 신청한 고객이 10만원 이상 결제 시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이용금액 전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가, 오후에 이를 급히 철회했다. NH농협카드도 재난지원금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SPC 1만원 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공지했으나 뒤늦게 해당 공지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BC카드 관계자는 “해당 이벤트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당국 제동에 이벤트 취소한 곳도



카드사들은 정부의 ‘마케팅 자제령’에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부분 카드사는 재난지원금을 카드로 쓸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하느라 5월 연휴도 없이 일했다”며 “소비 진작이라는 재난지원금의 취지에 맞게 소비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단 일부 회사는 그대로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우리카드는 일정 기간 결제 실적이 없는 고객들에 한해 우리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경우 스타벅스 쿠폰 4장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카드를 쓰지 않은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한 데다, 이들 중 지원금 지급 대상인 세대주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대로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삼성카드도 전체 재난지원금 신청자를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 쿠폰 또는 편의점 5000원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그대로 진행한다. 한편 KB국민카드는 10일 11일부터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위치를 모바일로 검색할 수 있는 ‘가맹점 지도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면 카드사 간 눈치싸움도 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일부 카드사가 이벤트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업계에선 “우리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어떤 회사는 혜택을 주는데 우리만 혜택이 없다고 지적하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좀 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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