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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말바꾼 윤미향 "위안부 합의 전날 알았지만 발표내용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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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위안부 합의 내용 사전 인지 논란

소식통 "합의 전날 주요 인사들에 알려"

윤미향도 "통보 받았지만 내용 달랐다"

중앙일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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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 전 핵심 내용을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놓고 이용수(92) 할머니와 공방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8일 “협상 당일에 알았다”는 해명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이날 오후 “협상 전날 통보를 받았지만, 합의 발표 내용과 다른 내용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말이 오갔을까.

중앙일보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청와대·외교부·민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정부는 정대협 측에 '일본군의 관여' '정부의 책임' '아베 총리의 사죄' '10억엔 거출' 등 핵심적인 부분을 전달했다. 2015년 12월 28일 합의가 임박해서는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 윤미향 당선인을 직접 찾아가 관련 설명했고, 발표 전날에는 유선으로 전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12월 28일 합의 전날 관련자들에게 이상덕 국장 등이 전화를 돌려 대강의 합의 내용을 알렸다. 나도 전화를 받은 사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외교부 이 국장은 윤미향 대표를 '나의 카운터파트'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말했기 때문에 내게 연락을 했을 정도라면 윤 대표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정부가 피해자 단체 측과 사전에 협의했다는 내용은 2017년 외교부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검토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2017년 12월 27일 TF 보고서에는 “외교부는 국장급 협의 개시 결정 이후 2015년 한 해에만 모두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 접촉했다”며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평가돼 있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 발표 이후 여론이 악화했고, 윤 당선인도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하면서 외교부 안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중앙일보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34차 정기수요시위에 참석해 보라색 리본 배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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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8일 중앙일보에 “합의 발표(2015년 12월 28일) 전날 외교부가 기자들에게 엠바고 상태로 뿌린 것과 똑같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날 연락을 받았다는 부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다만 “당일 발표는 (사전에)통보받은 내용과도 달랐다. 소녀상 문제와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난 자제 등의 내용은 당일 이용수 할머니와 처음 들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 이용수 할머니가 문제를 제기한 내용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해명했다.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윤 당선인은 페이스북 글에서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며 “저와 다른 할머니들은 10억 엔을 받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당신만 몰랐다고. 그래서 발표 당일 저와 사무실에서 TV로 봤다는 사실을 끄집어 내드렸다”고 적었다. '일본 정부의 10억엔 거출' 부분을 몰랐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단 ‘2015년 위안부 합의 내용을 기자단에 전날 엠바고 상태로 뿌렸다'는 윤 당선인의 설명은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정부가 기자단에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을 알린 것은 당일 발표 2시간여 전이었다. 출입 기자단에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일정만 알려졌을 뿐,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은 전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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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1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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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이 '몰랐다'고 한 부분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한 부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막판 일본 정부가 “소녀상 이전에 대해 정대협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청와대와 총리 관저 사이에 소녀상 문제를 포함할 것인지를 놓고 당일까지 줄다리기를 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별도 입장 없어"



외교부는 8일 이와 관련해 “정부가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2017년)TF 평가를 통해 한 차례 결론이 났다. 피해자 중심주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과 다른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교부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정부의 과거사 TF에 관여했던 한 소식통은 “피해 당사자와 지원 단체가 강하게 결합해 있어 발생하는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한일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강제징용 문제도 지역별로 지원 단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유정·정진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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