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한국과 일본 간에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는 외교 사안이자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다. 그러기에 이 할머니의 발언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지만, 동시에 최대한 신중히 다뤄야 할 필요도 있다. 이 할머니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근거 등이 밝혀지지 않은 점도 잘 살펴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대협 대표와 정의연 이사장을 오랫동안 맡아오다 4·15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윤미향 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윤 전 이사장은 "정의연 활동과 회계 활동은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금 등의 영수증은 지장까지 찍어 보관한다고 했다. 정의연 쪽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이런 문제를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당혹스럽긴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진상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정의연은 더욱 선진화된 회계제도 도입을 통해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아도 위안부나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역사적으로 왜곡하거나 관련 활동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가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 등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통해 일제의 식량 수탈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역사학계의 기존 견해를 부정하고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 강의 도중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가 지난 7일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지만,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용수 할머니의 느닷없는 '수요집회 해산론'이 일본 조야에 왜곡되어 전달될까 우려된다. 이번 논란을 빌미로 일본이 위안부나 강제동원에 대한 문제 제기와 사죄·배상 요구를 폄훼하거나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가뜩이나 일본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위안부 문제 합의를 이유로 진정한 반성과 합당한 배상 요구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특히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두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된 만큼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8년간 1천400회 이상 중단 없이 이어진 수요시위는 이제는 학생들에게 꼭 경험해야 할 생생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시위 현장의 중심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은 수요시위의 상징이 됐다. 그래서 단일 주제를 내건 세계 최장 시위인 수요시위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전유물일 수 없으며, 이 할머니의 불참 선언과 관계없이 계속되어야 하는 진행형 역사이다. 이 할머니 주장의 사실 여부를 철저하면서도 최대한 신속히 확인해 소모적 논란을 끝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어 '적전 분열' 양상을 자초하는 일도 있어선 안 된다. 일본에 책임을 묻는 작업이 지연되는 사이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 이제는 18명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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