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용수 할머니 '수요집회 불참 선언'
이 할머니 "성금 어디에 쓰이는 지도 몰라"
정의기억연대 측 "오해" 성금 사용처 공개
이 할머니는 전화 등 연락 받지 않고 있어
지난 1월 8일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7일 수요 집회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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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낮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자택을 찾았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아파트 경비 관계자는 “이용수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고는 들었다. 아침 신문을 보긴 했는데 요즘 할머니 상황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전날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연 수요집회 불참을 선언했다. 28년간 수요집회에 꾸준히 참석해왔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면서다. 수요집회의 공식 명칭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다. 1992년 1월 8일 수요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총리 방한을 항의하기 위해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가 열린다.
이 할머니는 “28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꼭 수요일마다 데모(집회)에 갔다. (집회에 가면) 초등생, 중학생들이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 우리에게 줬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걸 다 어디다 썼나. 식사하는 데 썼나? 아니다. 얼마 동안은 그렇게 썼지만, 주관 단체에서 썼다. 이걸 할머니들한테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할머니의 기자회견 직후 수요집회를 주최하는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의연) 측은 “오해를 풀겠다. 어버이날 할머니를 뵈러 대구로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전 정의연 측은 “대구에 가지 않기로 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도 “간밤에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으나 3번 다 받지 않았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대신 정의연은 이날 할머니가 부당하다고 지적한 후원금의 사용처 등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의연은 “후원금은 정의연이 2003년 개소해 운영 중인 피해자 지원 쉼터를 비롯해 전국에 거주하고 계신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이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8명에게 2017년 하반기 백만시민모금을 진행해 조성된 기금으로 개인 당 1억원을 여성인권상금으로 전달 드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에 따르면 대부분의 후원금은 수요집회나 일본정부의 범죄사실 인정과 법적배상 이행을 위해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 지원 활동,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응 및 콘텐츠 제작·홍보사업 등에 쓰였다고 한다. 모금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시절차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의연 측은 이날 이 할머니가 받은 후원금의 영수증 사진도 공개했다.
8일 정의기억연대가 입장문과 함께 성금을 어디 사용했는지 공개했다. 이와 함께 영수증도 첨부했다. [사진 정의기억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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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정의연은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을 언급한 이유가 ‘서운함’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이사장이 92년 이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신고 전화를 직접 받은 뒤 30여년간 두 사람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해왔다. 이 할머니는 전날 기자회견 당시 올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윤 전 이사장에게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함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정의연은 입장문에서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윤 전 이사장 관련해서는 이용수 할머니께서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가족을 떠나보내는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끼셨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자회견 직후 정의기억연대 측은 “일부 사람이 악의를 갖고 할머니의 약점, 서운함을 부추겨서 해프닝을 만들었다. 지금 최용상 아시아태평양전쟁연구소 소장이 이 할머니 옆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할머니와 연락해 기자회견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다만 기자회견 내용을 물으니 할머니께서 ‘알 것 없다’고 말씀 안 해 주셨기 때문에 이런 내용인지 몰랐다”고 했다.
대구=백경서·김윤호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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