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선불카드에 수수료 명목 웃돈 요구
일부 소비자들 "지원금 취지 어긋나…편의점·학원비로 써야할 듯" 영세상점 등지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역화폐 차별 시 가맹점 자격 제한할 것"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걸린 긴급재난지원금 안내 현수막.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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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지역 화폐로 계산하겠다고 하니까 10% 더 지불하라고 하네요.", "카드 수수료 명목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게 말이 되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정부·지자체가 지급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선불카드로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에 수수료 명목으로 웃돈을 요구하는 일부 상점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역 화폐로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부당함을 느끼거나 물건 가격을 은근슬쩍 올렸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지역 한 맘카페에는 "기분 상하면서 지역 화폐를 쓰고 싶지 않아 아이 학원비에 보태야겠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글 작성자는 "지역 화폐를 쓸 수 있는 동네 상점에 들렀는데 웬만한 마트보다 가격이 비쌌다"며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은근슬쩍 가격을 올린 거 같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인에게 가격이 좀 오른 거 같다고 말했더니 지원금을 언급하면서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말까지 들었다"며 "정부에서 좋은 취지로 마련한 제도를 이런 식으로 악용할 수 있냐"고 성토했다.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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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갈등의 주원인은 카드 수수료다.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용카드보다 수수료율이 낮지만, 현금 장사를 해온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발생 자체가 꺼려지는 입장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상한선은 매출에 따라 0.8~1.95% 수준이다. 영세상인 입장에선 카드 가맹 수수료와 세금 등을 제하면 결제 금액의 90% 수준을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수수료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뿐 아니라 지역화폐를 이용할 때 부가 요금을 내게 하거나 서비스의 질을 낮춰 눈치를 준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골집에서 피자를 주문하면서 지역 화폐 되냐고 했더니 업주의 말투가 싸늘해졌다"며 "없는 돈을 쓰는 것도 아닌데 지역 화폐로 결제한다고 하면 눈치를 준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자주 시켜먹는 피자인데 이번엔 소스값을 따로 받겠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며 "일반 카드로 결제할 때도 서비스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지역 화폐를 쓰면서 왠지 모르게 손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집 앞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돈이지만, 지역 상권 살리기라는 좋은 취지에 동참하고자 했는데 기분만 상했다"며 "지역 화폐 쓸 수 있는지 안 물어보고 주문한 다음에 결제할 때 카드를 내밀어야 손해를 보지 않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면서 겪었던 부당함을 고발한 글에는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화원에서 3만6000원이라고 했는데 00페이(지역화폐)로 결제한다고 하니까 4만원을 불렀다"며 "공짜 돈이라고 생각해서 가격을 많이 불러도 된다는 심보 같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마스크 대란 때도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역 화폐도 같은 방식으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 같다"며 "동네 장사인데 눈앞에 닥친 위기만 본다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부 상점들의 비양심적인 장사 방식 때문에 지역 화폐 이용을 반기는 영업장까지 비난을 받아 씁쓸하다"며 "엄벌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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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화폐 악용사례가 속출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역 화폐를 차별하는 가맹점을 자격을 제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역 화폐를 차별하는 점포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우선 지역 화폐 가맹점들을 계도하고 구체적 사례가 확인되면 지역 화폐 가맹 자격을 제한해 더는 지역 화폐를 못 받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로 받은 지역 화폐 사용자를 차별(거래 거절, 수수료 요구 등)하면 필수적으로 가맹취소를 당하고(여신금융업법 19조1항, 21조), 관계자와 사장은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여신금융업법 70조4항4호, 71조)"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는 지방소득세와 관련된 세무 조사권이 있고, 현금 아닌 신용카드나 지역 화폐에 대해 추가 금전을 받으면서 현금거래를 유도하는 것은 탈세 이외에 다른 이유가 없으므로 세무조사 대상"이라며 "지역 화폐 깡을 단속하기 위해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에 지역 화폐 바가지 조사업무를 맡기고 확인되는 업체는 가맹제한과 형사처벌하며 시군과 합동으로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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