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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저유가 늪…SK이노, 1분기 1.7조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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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내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1조775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부진, 원화 약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1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적자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4~5월에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석유제품 소비가 급락함에 따라 2분기 실적 회복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조1033억원, 전 분기 대비 1조8977억원이나 급감했다. 환율 강세에 따른 환차손 영향으로 발생한 영업 외 손실 2720억원까지 더하면 세전 손실은 2조472억원에 달한다. 이는 1962년 SK이노베이션이 정유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실적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정유업계는 미국과 산유국 간 유가 '치킨게임'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2014년 4분기를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때로 평가해왔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의 영업적자는 4217억원, 정유 4사 적자 규모는 1조15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석유제품 소비 감소와 유가 급락, 정제마진 악화 등 삼중고가 덮친 올해 1분기는 당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적자 규모는 2014년 4분기의 4배가 넘으며 당시 정유 4사 적자 합도 뛰어넘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 항공유와 휘발유 수요 급감을 고려해 울산 공장을 보수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라며 "2분기에는 1분기에 비해 15만배럴가량 가동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손실은 1조73억원으로 역시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도 56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정유 3사의 적자 규모는 3조3457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정유 4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 3조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업계는 실적 발표를 앞둔 GS칼텍스 또한 7000억~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정유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이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한 뒤 정제해 판매하는 만큼 한 달가량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가가 급락하면 비싸게 원유를 사서 싸게 판매해 손실이 발생한다. 에쓰오일은 1조73억원의 1분기 적자 중 7210억원이, SK이노베이션은 1조7752억원 중 9418억원이 재고 관련 손실이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재고 관련 손실이 5885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25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이미 많이 떨어져 2분기에는 1분기처럼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석유제품 소비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의 석유제품 소비가 이뤄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수요 부진으로 정유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배럴당 '정제마진'(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가격)도 지난 3월 말 이후 현재까지 7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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