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이라크 정정불안, 국제유가 안정화 발목 잡을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 3월5일(현지시간) 이라크 남부 바스라의 나흐르 빈우마르 유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 노동자가 마스크를 쓴 채 시설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바스라|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 주요 산유국들이 사상 최대폭 감산에 합의했지만 이라크의 정정불안이 국제유가 안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1일 전일대비 0.04달러 하락한 26.44달러에 마감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라크가 지난 4월 OPEC+(석유수출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 합의 이후 할당된 일 106만배럴 감산을 준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라크가 OPEC 회원국 중 2위 산유국이임을 감안할 때 주요 산유국의 5~6월 일별 합계 감산 목표인 970만 배럴 감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미국의 침공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 황폐화된 이라크는 원유 증산으로 붕괴된 경제를 살리려 노력해왔다. 최근 수년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데 그동안의 혼란상을 보상할 수 있도록 OPEC에 감산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석유판매수입에 95% 의존하고 있는 이라크 경제는 다른 걸프지역 국가들에 비해 다양하지도 않아 감산이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진행형인 정정불안은 감산 약속을 더욱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생활고, 관료들의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가 전역으로 확대되고 정부군의 무차별 진압으로 사망자가 급속히 늘자 시위 한 달만에 아딜 압둘마흐디 총리는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이후 아직까지도 총리를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9일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현 국가정보원(NIS) 원장이 총리로 지명됐는데 두 달 새에만 세 번째 총리 지명이었다. 이라크 의회는 정당이 없고 소속 구분이 느슨한 정파가 이합집산하는 형태인 데다 확실히 주도권을 쥔 정파가 없어 이번에도 임명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라크 주요 유전지대인 북부 아르빌에 터를 잡고 있는 소수민족 쿠르드족 자치정부와 중앙정부 간 갈등도 불안요소다. 쿠르드족은 미국의 IS격퇴전 파트너로 그 대가로 독립국가 설립을 추진했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철군 계획으로 목표를 접어야만 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지난달 중순 쿠르드 자치정부로 예산 배분을 중단하고 올초부터 배분한 자금을 회수하라면서 대립하고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에게도 석유판매수입이 주 수입원인 만큼 감산은 치명적이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OPEC+의 감산 결정을 따르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감산량을 밝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원유 수요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라크가 얼마나 감산을 버틸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이라크는 2월과 3월에 중국에 일평균 13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원유 수요는 저조하고 재고량도 많아 이라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