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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여전히 ‘음란물’에 묶인 법률 용어…“성착취물로 바꿔라”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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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성착취물’이란 용어가 주로 사용되지만 법률 용어에선 여전히 ‘음란물’이 쓰인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 제11조에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명시하기 때문이다. ‘음란물’ 표현은 피해자를 음란한 행위를 한 자로 간주하기에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쉽고, 디지털 성범죄를 과소 평가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 용어에서도 ‘음란물’을 ‘성착취’로 대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지난달 20일 ‘(다크웹에서) 아동 음란물 22건을 유통한 손모씨(24)에 대한 미국 송환절차가 진행된다’는 보도가 나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동 음란물’이란 표현을 지적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 ‘아동+음란물’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단어 아닌가” “언제까지 아동 음란물인가. 아동에 음란을 붙이는 건 아동도 성적 대상으로 본다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는 것” 등 의견을 남겼다.

지난 3월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 성범죄 대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란 표현은 (디지털 성범죄를) 경미한 범죄라 인식하게 한다”며 “디지털 성착취 개념을 법률에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11월 성착취 개념을 법제화하기 위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아동·청소년 성착취 음란물’로 변경하는 아청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용어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바꾸는 데 대해 기본적 방향은 상당 부분 합의된 상태”라며 “아청법 개정안을 두고 5월 중 여가위 법안 소위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범죄 관련 용어는 사회 인식 변화에 따라 달라져왔다. 1995년 형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정조에 관한 죄’가 1995년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됐다. 보호해야 할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피해자를 구분하는 ‘정조’ 개념 대신 모든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 법익으로 바꾼 것이다. 정부는 최근 이 법의 명칭을 ‘성적자기결정권을 해하는 죄’로 고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2015년 모든 법률에서 ‘아동포르노’ ‘아동성매매’ 용어를 ‘아동성착취’로 대체했다. 호주는 지난해 9월 ‘아동성착취에 관한 법’을 개정하며 법률상 주요 규정에서 ‘아동포르노’를 ‘아동학대자료’로 변경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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