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변 이상설이 제기된 지 약 20일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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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행 끝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에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뒤따랐다. 3일 발생한 DMZ 남북 총격 사건이 우발적 사고라고 보기 어려운 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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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잠적-공개-도발' 패턴
지난해 10월 27일 김정은 위원장은 묘향산 의료기구 공장을 현지 지도한 이후 2주 이상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11월 23일 오전 김 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남북접경 지역인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에서 해안포를 발사했다. 처음으로 9.19 군사합의를 공개적으로 위반한 도발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19년 11월 25일 이 사진을 보도했다. 촬영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
또 12월 7일과 13일에는 두 차례에 걸쳐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ICBM용 엔진 시험까지 단행했다. 동창리 엔진시험장은 북한이 일부 시설을 해체하고 영구 폐기하겠다고 밝힌 곳이었다.
2018년에는 4.17 평화의 집 정상회담에 이어진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의 평화 분위기 조성 속에서 이같은 ‘잠적-공개-도발’의 패턴적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에는 이같은 패턴은 뚜렷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인 지난 2017년 7월 4일 한ㆍ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로 분류한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전 김 위원장은 13일간 북한 언론에서 모습을 감췄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언론들은 6월 20일 김 위원장이 치과 위생용품 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한 뒤 7월 4일 오후가 돼서야 미사일 발사 현장에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해 5월 14일 북한이 신형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쏘기 전에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4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8일 동안 그의 흔적이 없었다.
2016년에도 2월 12일 장거리로켓(미사일) 광명성을 쏠 때나 9월 9일 5차 핵실험을 전후해서도 김 위원장은 각각 9일과 6일씩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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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더 큰 도발에 대비 추적 관찰 필요"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상황 발생 이후 현재까지 일상적 활동이 식별되고 있으며, 북한군 역시 특이 동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의도적으로 도발했다고 보기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총격 사건 이후 또 다른 군사적 도발 패턴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면밀하게 관찰하겠다는 방침이다.
북한군의 장사장포 훈련 모습. 북한은 9·19 군사 합의 위반에 해당되는 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했다. [조선중앙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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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도 ”DMZ에서 사격한다는 것은 북한 고위층에서의 허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고의성을 배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특히 남북 군사 당국이 시범 철수한 DMZ 내 GP 인근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행위가 될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 북한의 군사역량을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한국 내부를 겨냥한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국방 전문가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사합의 이후 주목할만한 대치 상황이 없었던 상황에서 GP를 향해 총을 쏘았다는 측면에서 '의도성'이나 '계획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큰 사건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김정은 사망설 등으로 시끄러웠던 상황에서 (추가 군사도발에 대한)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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