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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껍데기뿐인 증권사 리스크규정…라임사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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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전액 손실까지 불러온 라임사태의 이면엔 일부 증권사의 허술한 총수익스와프(TRS) 관리 규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무런 제재 없이 펀드 부실·부정 운용을 일삼았다. 그사이 환매 중단 피해 규모는 1조6000억원대까지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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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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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KB증권 내부 문건에 따르면 KB증권은 라임펀드에 TRS를 제공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TRS는 증권사가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자산운용사 등 상대방의 투자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는 걸 말한다. 일종의 대출 계약이다. 증권사가 TRS를 얼마큼 제공하느냐는 담보비율로 알 수 있다. 담보비율은 증권사가 100만큼의 돈을 빌려줄 때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담보금액의 비율이다. 담보비율이 낮을수록 더 많은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운용사 입장에선 TRS를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우면, 수익 또는 손실을 그 배수만큼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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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S 거래 흐름도 [사진 임정근 변호사 저 『변호사가 경영을 말하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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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1일 작성된 문건에 따르면 KB증권은 TRS 제공 시 상대방의 기초자산이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인 경우 40%, 펀드인 경우 30~70%의 담보비율을 일괄 적용하도록 했다.



KB증권, 자산 종류만 보고 담보비율 일괄 적용



또 회사가 TRS 계약 규모를 정할 때 상대방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기초자산의 종류 외 다른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기초자산이 메자닌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상대방이 초우량 기업의 메자닌에 투자하든 한계 기업의 메자닌에 투자하든, 국내 상장회사의 메자닌에만 투자한다고 하면 별다른 조건을 달지 않고 40% 담보비율(2.5배 레버리지)로 TRS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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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1일 작성된 KB증권 TRS 리스크관리 규정 내부 문건.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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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투자 대상 기초자산으로 펀드를 지목한 경우도 비슷하다. 기초자산인 펀드가 환매 가격 결정일로부터 3영업일 내 환매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고지한 펀드면 담보비율 30%(3.3배)를 적용해 TRS를 제공한다. 그 기간이 1개월 내라면 50%(2배) 또는 70%(1.4배)의 담보비율을 적용한다. 이때 역시 조건은 환매 지급일 기준뿐이다. 이 펀드가 실제로 어떤 자산에 투자했는지 또는 펀드 규모나 유동성 구조 등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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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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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운용은 KB증권의 이런 리스크관리 규정을 십분 활용했다. 환매 중단된 모펀드 가운데 플루토 FI D-1호(플루토)는 주로 코스닥 부실 상장사 메자닌에 투자했다. 검거된 코스닥사냥꾼 김봉현의 실소유 업체 스타모빌리티, 주가조작범인 이모 회장 실소유 업체 에스모 등이 발행한 수백억원대 전환사채(CB)가 대표적이다. 문제의 모(母)-자(子) 구조 라임펀드는 라임운용이 플루토와 같은 모펀드를 기초자산으로 수십개 자펀드에 TRS를 끌어다 쓴 덕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라임펀드는 환매 지급일 규정을 3영업일 이내로 맞춰 TRS를 최대한 활용했다.

라임운용에 대규모 TRS를 제공한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역시 비슷한 리스크관리 규정을 뒀다. 다만 KB증권보다는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초자산이 메자닌인 경우 TRS에 담보비율 50%~100%를 적용하고, 펀드인 경우 운용자산가치 등에 따라 담보비율 50~70%를 적용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메자닌에 대해선 별도의 상한 없이 개별 심사하고, 펀드면 50%의 담보비율을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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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1일 작성된 KB증권 TRS 리스크관리 규정 내부 문건. 기초자산이 메자닌과 펀드인 경우 특정 담보비율을 일괄 적용한다고 돼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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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부실규정 깔고 논 라임운용…전액손실 투자자 속출



라임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중엔 라임운용이 TRS를 끌어다 쓴 탓에 원금 전액 손실 위기에 놓인 이들이 다수다. KB증권이 판매한 AI스타 1∼3호 펀드와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새턴 1호 펀드, 대신증권이 판매한 라임 테티스 9호와 라임 타이탄 7호 펀드 등에 가입한 투자자가 그런 경우다. 라임운용은 이달 초 플루토와 테티스의 예상 손실률을 55% 내외로 발표했다. 당초 증거금율 50% 수준의 TRS를 끌어다 쓴 이들 자펀드는 증권사에 TRS 부채를 먼저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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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KB증권은 ‘중소·중견기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성장지원’과 ‘기업 생애주기에 맞는 솔루션 제공’이 주요 전략이다. 사진은 KB증권 사옥 전경. [사진 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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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증권사는 구체적이고 보수적인 기준에 따라 TRS 리스크 관리 규정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기초자산이 메자닌일 경우 이를 등급별로 구분해 담보비율을 적용하되, 부실 등급 메자닌에 대해선 TRS를 아예 제공하지 않는다. 기초자산이 펀드인 경우에도 역시 TRS를 제공하지 않는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또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세분된 기준을 마련해 TRS 리스크 관리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백억원대로 TRS를 취급하는 증권사라면 최소한 리스크 관리 규정만큼은 기초자산의 변동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고려해 손실 가능성을 낮췄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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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펀드의 부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한 혐의를 받는 신한금융투자의 전 임원이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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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KB증권을 상대로 검사를 시작한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라임운용에 TRS를 제공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리스크관리 체계를 점검할 방침이다. 신한금투에 대해선 이미 무역금융펀드 운용 및 판매 관련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신한금투는 약 6000억원 규모 무역금융펀드에 3600억원 규모 TRS를 제공했다. 당시 이를 집행한 임모 전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장과 심모 전 PBS팀장은 검찰에 구속된 상태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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