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기업 한 곳도 신청 준비
투기 등급 에너지 회사채 부실화
금융시장 위기로 불 붙을 수도
다이아몬드오프쇼어드릴링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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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8억 달러(약 7조1000억원), 부채는 26억 달러 규모다. 지난해 손실은 3억5700만 달러로 1년 전의 두 배가량으로 불어났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4일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D(채무불이행)로 내렸다. 이 회사가 기술력을 가진 해양 유전 개발은 채굴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블룸버그통신 “최근 유가 급락에 시추 계약이 얼어붙으면서 채산성이 나쁜 기업의 순서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위축, 원유 감산을 둘러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의 갈등으로 최근 급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0일 역대 처음으로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5월 인도분)를 기록하기도 했다. 컨설팅 업체인 리스타드에너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 머물면 내년 말까지 미국 석유회사 533곳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올해 미국 내 원유 생산업체 6000곳 중 70%가 파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WTI 유가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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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셰일가스 기업인 유닛코퍼레이션도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이다. 노블에너지·할리버튼·마라톤오일·옥시덴탈 등은 주식 시가총액이 3분 2 이상 줄었다.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리드 모리슨 에너지 부문 대표는 “파산법에 따라 청산되는 (석유) 기업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산보호에 들어간 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회사 자산을 팔아 채권자에게 나눠주는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에너지 산업에 그치지 않고 미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석유 기업의 비중은 약 15%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북미 지역 에너지 기업의 부채는 860억 달러(105조원)에 이른다. 에너지 업체들의 연쇄 파산이 현실화하면 이들 기업에 투자한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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