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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재판내내 꾸벅꾸벅…헬기사격 묻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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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89)이 27일 낮 12시 19분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전씨가 광주지법에 출석한 것은 피고인으로 인정신문을 받은 지난해 3월 11일 이후 약 1년1개월 만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승용차로 출발해 곧바로 광주지법으로 향했다. 감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마스크를 착용한 전씨는 경호원 손을 잡고 홀로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

법원에는 부인 이순자 씨도 동행했다. 이씨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는 전씨가 제대로 진술하도록 돕기 위해 재판부에 동석 허가를 받았다. 전씨가 도착하자 취재진은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습니까?"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 "사죄하지 않으실 겁니까?" 등 질문을 했지만 전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전씨 부부는 법정동 2층 증인지원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재판에 참석했다.

전씨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재판에 참여한 전씨는 김 부장판사가 생년월일, 직업 등을 물을 때 "잘 안 들린다"고 말한 뒤 이씨에게 한 번 더 설명을 들었고 "맞는다"고 답변했다.

전씨는 핵심 쟁점인 '헬기 사격'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검찰이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공소장을 낭독한 후 김 부장판사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그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어 "만약 헬기에서 가격을 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그러한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 헬기 사격수인 중위나 대위가…, 난 그 사람들이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후 전씨는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과 변호인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검찰은 문제가 된 헬기 사격 시점을 1980년 5월 21~26일로 파악한 반면 변호인은 5월 21일로 특정했다.

증인들 진술이 상이한 점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보였다.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봤다고 주장한 것은 5월 21일이고 '드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고 주장했으나 헬기의 기관총은 분당 4000발 발사된다. 이는 '부우윽' 소리가 난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그동안 목격자 21명이 증언했는데 조 신부와 같은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1명뿐"이라면서 "이 1명도 자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씨가 혐의를 부인하자 한 방청객이 "그럼 광주 시민을 누가 죽였습니까?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쳤다가 퇴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헬기 작전은 한 번 쏘고 끝나는 게 아니다. 21일부터 6일간 헬기 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목격자들마다 본 장면이 같다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김 부장판사는 다음 재판 일정을 6월 1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전씨 측은 병환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법에서는 보수·진보단체 시위가 잇따랐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돼 있던 '전두환 단죄 동상'과 철장을 광주지법 정문으로 옮겨와 망치로 두드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재판이 열리기 직전 보수단체 회원들이 확성기를 단 차량을 가져와 '전두환 사죄'를 요구한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난하자 5·18 단체 회원들이 차량을 막고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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