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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건강이상설 ‘아무말 대잔치’…北 폐쇄성 그만큼 심각하단 방증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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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방송, 26일 김 위원장 삼지연시 건설 참여 근로자에게 감사 인사 전했다고 동정 형식의 보도 / 최고지도자 건재 우회적으로 알렸다고 볼 수 있어 / 건강 이상설 잠재우기엔 미흡…각종 설(說) 불식시키기 위해선 김 위원장 ‘확실한 등장’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싼 ‘건강이상설’이 무성한 소문과 관측 속에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설익은 뉴스와 실체적 진실 사이의 진위를 가릴 감별사가 없다 보니 북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논객들의 '아무 말 대잔치' 현상마저 나타난다.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설(說)은 점점 더 기정사실의 지위를 획득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앞서 주중에 미국 합참이 김 위원장의 군 통제권 행사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분석을 내놨고, 우리 정부도 북한 내 특이동향이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지만 한번 불붙기 시작한 건강 이상설은 어지간해선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건강 이상설은 북한의 폐쇄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당장이라도 모습을 드러내면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 일거에 정리될 수 있을 텐데, 그의 행방은 유감스럽게도 오리무중이다.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에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한 날로부터 따지면 열흘이 넘는 기간이다. 그나마 공감대가 형성되는 관측은 그의 소재가 원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정도다.

북한 내부사정과 관련해 비교적 객관적인 분석과 전망을 제시해온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김 위원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 열차가 21일 이후 원산의 기차역에 정차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례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 19 감염 확진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됐던 ‘초연결 시대’를 고려할 때 북한은 너무 닫혀 있는 사회임을 재삼 확인하게 된다.

선대와는 달리 비교적 개방적이고 타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김 위원장이 한미 당국의 분석대로 건재하다면 하루빨리 공식 석상을 통해 건강 이상설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미국 정부 당국은 김 위원장의 신변에 관한 무성한 소문이 "추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25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우리는 북한 지도부 상황이나 김 위원장의 건강에 관해 결론적인 평가를 내릴 만한 어떠한 추가 정보도 얻지 못했고, 그러한 조짐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관리는 "파트너 국가들의 군대를 포함해 서태평양과 아시아 지역의 우리 군은 역사적으로 표준적인 수준의 준비태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뉴스위크는 미 정보당국이 북한에서 뭔가 잘못됐음을 시사하는 특이한 군사 활동의 징후를 목격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도 뉴스위크의 질의에 김 위원장과 관련해 공유할 만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어떠한 적과 위협으로부터도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튼튼한 연합 방어 태세와 당장 오늘 밤에라도 싸울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상시 임전 태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AP 통신도 익명을 요청한 한 미국 정부 관리가 김 위원장의 건강에 관해 최근 추가로 나오는 루머들도 "그러한 정보가 추측에 불과하다는 미국의 평가를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둘러싸고 미확인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26일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가짜뉴스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가짜뉴스 동영상 캡처


과거 대북 문제를 담당했던 대니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김 위원장 일가에 관한 소문이 늘 무성했지만 대부분 거짓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AP에 "내가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사고, 질병, 암살기도 의혹 등에 관한 수많은 정보보고를 받았다"면서 "그런 정보들은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나곤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 완전히 사실무근으로 무시할 순 없다?”

북한 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부인하는 '공식 정보'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해외 친북단체인 조선친선협회의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회장이 협회가 북한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중태설을 반박하는 공식 정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최고무력사령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는 정보는 거짓이고 악의적"이라면서 말했다. 다만 '공식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을 완전히 사실무근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 국방 관리는 뉴스위크에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북한 원산의 한 기차역에 정차 중이라는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 보도를 가리켜 "열차의 존재와 그가 2개의 주요 행사에 불참한 사실을 볼 때 김 위원장이 중태이거나 아니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에 신뢰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정부가 국가 안보를 유지하고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발표를 지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이 살아있고 현재 원산의 해안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미국과 한국의 정보당국도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나 중태설에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WP는 또한 중국이 김 위원장에 관해 조언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들을 포함한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다는 전날 로이터 통신의 보도와 관련해 "정말 위기 상황이 은밀히 진행되고 있다면 북한이 중국 관리와 의사 그리고 '중국의 간섭 가능성'을 불러들일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건강이상설을 겪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 사진을 보면 그의 낯빛과 체중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김 위원장은 당시 가쁜 점을 몰아쉬기는 했으나 얼굴빛은 정상이었다(사진1). 하지만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사진3)와 지난 12일 항공군 추격습격기연대 훈련 시찰 때 김 위원장 모습은 봄볕에 그을렸다고 하기에는 얼굴빛이 좀 심하게 검게 변한 것을 알 수 있다(사진4). 불과 한 달 전인 3월 12일 북한국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참관할 당시와 비교해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사진2). 전문의들은 심장 외에 간에도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신문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어떠한 진정한 신뢰보다는 관용과 공통의 이익 쪽에 더 근거한다"면서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는 프랑스 의사들이 현장에 있었던 사실에 주목할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문가와 외교관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 탓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감췄다는 해석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고위 관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자와 접촉했을 경우 김 위원장이 모습을 감췄을 수 있다"면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 전역에 코로나19가 퍼져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앞서 뉴스위크는 지난 21일 2명의 미 정보 관리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마지막 날짜가 4월18일이라면서도, 북한의 군 태세에는 커다란 변화가 전혀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이번 주말 소셜미디어에서는 '김정은 사망'(#kimjongundead)이라는 해시태그가 전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에 올랐고, 잠재적 후계자로 꼽히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이름도 순위권에 올랐다.

◆’잠재적 후계자’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행보는?

중국 내에서는 '김정은'이라는 단어는 통제하고 있어 그 사람을 뜻하는 다른 별칭이나 약자로 웨이보 등에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 및 중국의 의료 지원 가능성을 올리고 있다.

이들 SNS를 살펴보면 김 위원장의 중태 및 사망설부터 중국 정부가 1차에 이어 2차로 최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이 이끄는 인민해방군 총의원(301병원) 의료진을 보냈다는 소문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의 신변을 책임지는 호위사령부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와 김 위원장이 원산으로 피신했으며 중국 의료진 파견은 이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지난 23일 촬영된 강원도 원산 기차역 주변 위성사진.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이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지난 21일 이후 이곳에 정차해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8노스 제공. 연합뉴스


북한이 주북 중국대사에 중국의 의료진 파견을 요청했다는 설, 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는 설, 심혈관 시술 도중 긴장한 의료진의 실수로 중태에 빠졌다는 설 등도 중국 SNS에 게시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일본어로 된 동영상과 합성한 관련 사진까지 떠돌고 있다.

다만, 이런 SNS의 글을 올린 사람들의 신분과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신뢰성에는 의문이 간다는 지적이 많다.

◆中 김 위원장 중태설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어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중태설에 대해 북·중 우호 관계와 발전만을 강조하면서 공식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관련 질문에 대해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면서 "북한과 중국은 좋은 이웃이며 중국은 북한과 함께 양국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길 원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북 소식통들은 중국 내에서 북한 관련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소식통은 "현재 대북 관련 별다른 동향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중국 정부 또한 북한 상황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흰 셔츠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김 위원장의 뒷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소식통은 "북·중 간 뿌리 깊은 불신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 최고 지도자의 안위를 중국 의료진이 방북해 책임진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지원과 관련됐다면 개연성이 있을 순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북한 전문 여행사는 위챗 계정을 통해 "최근 북한 최고 지도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헛소문으로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코로나19로 몇 달씩 국경을 봉쇄한 상황에서 핵심 기밀인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관한 말들은 전혀 믿을 게 못 된다"고 일축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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