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기·횡령 등 조사 박차…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급물살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4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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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피 5개월 만에 검거되며 답보 상태에 머물던 검찰 수사가 전환점을 맞았다. 피해 금액만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부실 펀드를 고의적으로 판매한 혐의는 물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벌인 정관계 로비 의혹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담배 한 개비에 공범들 은신처 실토
24일 경찰에 따르면 ‘라임 전주(錢主)’로 통하는 김 전 회장은 전날 오후 9시쯤 서울 성북구에서 잠복 중이던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붙잡혔다. 지난해 12월경기 수원시의 버스회사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도주한 지 5개월 만이다. 함께 도피한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이사는 지난달 30일 긴급체포돼 이날 구속기소됐다.
김 전 회장이 택시에 타려는 순간 경찰이 김 전 회장을 덮쳤다. 경찰은 택시 안에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고 수갑을 채웠다.
김 전 회장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3, 4번 갈아탈 정도로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력자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조력자들의 뒤를 쫓다 김 전 회장이 성북구에 주로 나타난다는 정보를 입수, 잠복 수사 끝에 붙잡았다.
경찰에 붙잡힌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사장 등 공범 행방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렇게 1시간을 버틴 김 전 회장은 경찰이 건넨 담배 한 개비에 무너졌다. 김 전 회장은 성북동의 한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가리켰다. 1년여 전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된다고 알려진 주택이었다. 해당 주택에 은신한 것은 실명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장기간 이용해도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신분을 숨긴 채 대리인을 내세워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급습한 주택에는 이 전 부사장과라임 사태의 또 다른 피의자인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 팀장까지 있었다. 따로따로 도주행각을 벌였을 것이란 경찰의 예상과 달리 이들은 함께 움직였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은 다른 횡령 사건에 연루돼 지난해 11월부터 잠적한 상태였다.경찰을 마주한 이 전 부사장은 체념한 듯 순순히 체포됐다. 심 전 팀장은 창문을 통해 옆집 옥상으로 도주를 시도했지만 오후 10시 30분쯤 붙잡혔다.이들은 ‘대포폰’ 수십 개를 쓰면서 서울 강남구의 호텔 여러 곳을 떠돌며 수사망을 피하다 1주일 전쯤 성북동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은신처에서는 수억 원의 현금이 발견돼 경찰은 돈의 출처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 신병을 라임 사태를 수사중인 서울남부지검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 검거전담팀을 편성해 통신, 계좌, 주변 인물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추적 수사를 벌여 체포에 성공했다"며 “김 전 회장에 대해서는 조사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 전환점 맞은 '라임 사태'
라임 사태 주범들이 검거되자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신병을 인도받은 서울남부지검은 이 전 부사장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의 자금이 투입된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피했다.
이 전 부사장은 심 전 팀장과 함께 리드에 자금을 투자해 주고, 리드 경영진으로부터 자동차와 명품 시계 등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이들이 체포되자마자 특경법 위반 혐의(수재 등)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부사장은 리드 외에도 김 전 회장 관련 회사들에도 투자 명목으로 수천억원대 라임 자금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대가가 오갔는지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등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 등도 중점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라임의 정관계 로비 의혹도 본격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과 고향 친구로 알려진 김 전 행정관은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 관련내부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환매가 중단된 상황에서도라임에서 195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정황 등을 감안하면 김 전 행정관보다 ‘윗선’의 개입 여부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 사태로 이득을 본 사람은 김 전 회장 혼자가 아니다”라며 “현재 도피 중이거나 숨어있는 관련자들을 수사해야 그 실체가 파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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