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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재난지원금 명암…“소비 불붙여” vs “민간돈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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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3조6000억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24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했던 2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7조6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필요한 3조6000억원을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게 아니라 나랏빚(적자국채)을 내 메우겠단 의미다.



기재부, 100% 지급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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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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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3일 기재부는 ‘긴급재난지원금 보완 및 조속 처리 요청’ 입장문을 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된 상위 30% 지급에 대해서는 자발적 의사에 따라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한 이후에도 기부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여당안을 그대로 따랐다. 기재부는 “추가 재원 소요는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법률 제·개정 등 법적 보완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원금을 미신청하거나 기부한 국민은 소득세법에 따른 기부금 세액 공제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진통 끝에 기재부는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여당의 주장에 동의했다. 하지만 수조원 빚까지 내가며 ‘소득 상위 30%’에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발휘할지는 여전히 논란 거리다.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소비가 늘어 경영난에 처한 자영업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재원 조달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오히려 기업 등 민간의 ‘자금줄’을 마르게 할 수 있는 양면성이 존재해서다.



“소상공인 혜택→중소기업·근로자 소득도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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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세 번째)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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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찬성하는 쪽은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이 받을 혜택을 강조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지역 화폐 형식으로 지급돼 2~3개월 이내에 소비에 쓰이게 될 것”이라며 “소상공인 등으로 사용처를 한정하면 당장 자영업자가 소비 감소를 버틸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상위 30% 역시 재난지원금 발행 취지를 이해하는 만큼, 기존 지출에 더해 지역 화폐까지 지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영업자의 소득이 늘면 여기에 물건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소득이 늘고, 근로자의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이 단순 복지가 아님을 강조하며 100% 지급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0일 “긴급재난지원금에는 코로나19 국난을 맞아 개인 생활 지원뿐 아니라 일자리 수요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를 복지 대책으로 잘못 생각하니 합리적 정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향후 3조원이 아니라 약 20조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도 괜찮다”며 “이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2%에서 -1%로 방어하고, 이후 약 10년에 걸쳐 매년 세수가 1%씩 늘어난다 가정하면 적자국채를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차 추경, 20조원 적자국채 추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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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추이(중앙·지방정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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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9조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국채 발행에 따른 부담은 더욱 커졌다. 나랏돈이 직접 들어가는 사업은 55만 개 공공·청년 일자리 등을 만드는 고용안정 특별대책(10조1000억원 투입), 소상공인 자금 지원(4조4000억원 증액) 정도다. 합쳐 15조원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정부가 기존에 확보한 예비비, 기금 등을 활용해 바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사업은 약 8000억원뿐이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보수적으로 최소 14조원가량이 적자 국채 발행으로 조달되어야 한다는 대략적인 계산이 나온다”며 “여기에 세수 부족분까지 채워야 한다면 3차 추경의 규모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20조원가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채를 발행해서 20조원 넘는 나랏빚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본예산까지 고려한 올해 국고채 순증량은 101조20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순증량(44조5000억원)의 2.3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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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추경에 따른 국고채 총 발행량·순증액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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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추경은 보통 재원 확보를 통해 국채 발행이 수반되므로 공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더불어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과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지원 20조원 등도 채권시장의 수요를 구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매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3차 추경에서 20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채무는 83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6%에 달하게 된다.



“국채로 빨려 드는 자금, 민간 돈줄 마를 것”



한계점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위 30% 고소득층의 경우 저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한계소비성향(새로 증가한 소득 중 소비에 쓰이는 비율)이 낮다”며 “기존에 현금·카드로 지출할 금액을 소비 쿠폰으로 대체하게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계층의 소비 총량은 결국 비슷해 3조~4조원이나 되는 국채를 발행한 효과가 작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오히려 고용·투자 주체인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와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회사채가 있으면 당연히 시장은 국채를 선택하게 된다”며 “회사채로 갈 돈이 국채로 빨려 들어가면 결국 민간의 투자·고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게 되는 것(구축효과)”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과 고용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 예산이 집중돼야 한다는 게 성 교수의 생각이다.

다만 “과거 경제 위기 사례를 보면, 정부가 자금을 푼 것이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민간의 투자를 오히려 촉진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자율ㆍ인플레이션율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구축효과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강남훈 교수)는 반론도 있다.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신용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미증유’의 경제위기에서는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부양이 효과가 있다는 게 경제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며 “특히 상위 30% 고소득층의 경우 주요 세수원 역할을 하고도 번번이 혜택에서 배제되면 기업가 정신 위축ㆍ조세저항 등 심리적인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건전성, 선진국과 단순 비교 어려워”



전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지낸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사실상 무한대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며 “특히 향후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을 미래 세대가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데다,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과도한 재정 부담은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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