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등 핵심 관계자 체포에도 속도 못내
배드뱅크 설립은 판매사 의견 차이로 제동
코로나19로 분쟁조정 일정도 다소 늦어져
분쟁조정신청 500건···투자자 집단행동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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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부사장 등 핵심 관계자가 체포되며 1조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라임자산운용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투자자 피해 보상은 요원한 상황이다. 지연되는 라임의 보상 절차를 보다 못한 판매사들이 조속한 자산회수를 위해 배드뱅크 설립 등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판매사 간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19개 은행·증권사 중 일부가 배드뱅크 참여 결정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며 설립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판매사들은 지난 20일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첫 회의를 갖고 22일까지 금감원에 참여 여부를 회신키로 했지만, 일부 판매사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결정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열릴 예정이던 구체적인 설립 논의를 위한 회의도 연기되게 됐다. 업계에서는 판매사의 전원 동의로 배드뱅크 설립이 가시화하더라도 보상까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판매액과 자본 규모가 다른 상황이어서 출자 규모를 두고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도 일부 역할을 하겠지만, 자금을 투입하고 설립해 운용하는 것은 판매사들이기 때문이 판매사들이 출자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배드뱅크는 지지부진한 라임 환매 중단 펀드의 자산 회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요 판매사들이 내놓은 대안이다. 라임이 지난 13일 판매사들에 발송한 자산 현금화 계획에 따르면 환매 중단된 4개 모(母)펀드 중 그나마 회수율이 높은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펀드조차 회수 예상 금액이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시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년에 걸친 회수계획으로, 회수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무역금융펀드는 전액 손실 전망까지 나온다. 판매사들은 환매 중단 후에도 일부 자금이 스타모빌리티에 흘러가는 등 더는 라임에 자산회수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배드뱅크 설립을 결정했다.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와 관련된 분쟁조정도 코로나 19 등으로 계획보다 다소 늦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주에는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 다음 주에는 증권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현장조사 결과와 법률자문 등을 거쳐 가급적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무역금융펀드의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분쟁조정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하릴없이 기다리는 투자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사태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금감원에 500여건에 이르는 라임 관련 분쟁조정신청이 접수됐다. 우리은행 투자자가 접수한 분쟁조정이 190여건, 대신증권 투자자가 접수한 분쟁조정이 120여건 등으로 많다. 판매사들을 겨냥한 투자자의 집단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에서 라임 무역금융펀드 계약 고객 48명은 지난 23일 은행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신한은행이 라임 펀드를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인 것처럼 속여 팔았다며 계약 취소와 원금 환불, 상품 판매 책임자의 징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같은날 라임 사태 대신증권 피해자모임도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감원이 부실 감독을 반성하고 대신증권을 검찰에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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