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원유 저장탱크의 '부유식 지붕'이 탱크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부유식 지붕은 탱크 내 원유 저장량에 맞게 위아래 자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2020.4.2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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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원대 투자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원유선물 레버리지ETN(상장지수증권) 소식은 이들에게 남의 이야기다. 최근 하루만에 60% 주가가 폭등하며 기세등등한 인버스2X, 일명 곱버스 투자자들이다.
지난달 투자광풍이 벌어진 레버리지ETN은 실시간지표가치(IIV)가 '0'에 가까워지며 괴리율이 한 때 2000% 넘게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반해 곱버스 상품은 ETN가격과 지표가치간 괴리율을 일정수준 유지한 채 높은 수익률을 올려왔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커지면서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곱버스 투자자들은 이를 유가를 올리기 위한 '쇼'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큰 폭의 유가상승이 이뤄질 경우 순식간에 수 천억원의 돈이 날아갈 수 있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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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20% 이상 급락세…"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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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미래만 보였던 곱버스에도 그늘이 드리웠다.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무려 200% 넘게 폭등했던 곱버스 상품들은 지난 23일부터 이틀 연속 20% 이상 급락세다. 차익실현 매물과 함께 유가반등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다.
24일 오후 1시50분 현재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은 전일 대비 3355원(-25.72%) 내린 9690원에 거래 중이다.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도 3390원(-27.01%) 내린 9160원에,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는 3270원(-28.04%) 하락한 839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거래는 활발하다. 잠깐의 가격조정으로 여긴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다. 평소 수십~수백억 수준에 머물던 곱버스 종목들의 일일거래대금은 최근 1주일만에 수 천억원대로 튀어올랐고 23일에는 총 62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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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와 인버스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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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주식시황1,하락,2,개미,투자자 / 사진=김현정디자이너 |
상품구조는 동일하다. 단지 유가의 상승과 하락 중 어디에 배팅하냐의 차이다. 현재까지 인버스 투자자들의 완승이다. 특히 지난 21일 5월물 만기시점 당시 유가가 마이너스(-) 37불까지 떨어지는 등 절대적인 유가가 낮은 상황이다.
두 상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IV(실시간지표가치)다. 원유선물 ETN은 추종하는 기초자산, 즉 원유선물의 수익률을 ETN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도록 설계돼있다. 쉽게 말해 오늘의 지표가치는 전날의 지표가치에 오늘의 지수변동률을 곱하는 산식이 반복되는 구조다.
또한 이 지표가치와 ETN가격의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하며 양수(+)인 경우 ETN 가격이 본질적 가치인 지표가치보다 고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현재 레버리지ETN의 경우 이 비율이 최대 1000% 가까이 치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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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조각' 되는 것은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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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곱버스 상품들도 단 하루만에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유가가 단 하루만에 50% 급등할 경우(x2는 100%) 곱버스의 지표가치는 '0'이 된다. 지표가치가 0을 찍게 되면 다음날 유가가 200% 오르더라도 0이 된다. 숫자 '0'에 무엇을 곱해도 0이 된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실현가능성이 낮은 이야기 같지만 현재 절대적인 유가 수준 자체가 낮다. 지정학적 위험고조 또는 기습적이고 예상을 뛰어넘는 감산합의가 이뤄질 경우 유가가 하루만에 50% 뛸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6월 인도분은 16.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만약 이날 이 가격이 24.75달러를 넘어서게 될 경우 국내 곱버스 지표가치가 단 하루만에 0원이 될 수 있다. 지난 8일 WTI유는 25.09달러에 거래됐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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